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월18일 당선자 신분으로 가진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할 때마다 1년에 2~4회 가량 국민과의 대화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통령은 약속대로 취임한 지 2개월 15일만인 지난 10일 취임 이후 첫번째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산적한 경제문제와 실업대책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 또 국민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되는 참여민주주의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첫번째 행사 때보다 참여 열기와 질문의 강도가 높아져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이런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먼저 이번 행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가볍게 다뤄졌다는 평가다. 한국노총 등 실업 문제와 관련한 질문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질문의 수와 비중에서 기대치에 못미쳤다.

또 실업이 지표가 아닌 체감의 문제라고 했을 때 실업자가 직접 질문자로 등장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또 ‘아마추어의 질문에 프로가 답변’하는 식의 구조적 난점도 드러냈다. 국민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는다는 의미가 크겠지만 대부분의 질문이 전문성과 예리함을 갖추지 못해 대통령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홍보되는 위험성을 보였다. 앞으로 전문 패널리스트들의 질문 비중을 높여 이런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선 추가질문의 기회도 보장돼야 한다.

정계개편, 김종필 총리 인준 문제 등 여야간 찬반이 분명한 정치쟁점은 편파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국정을 설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가급적 정치쟁점은 다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루더라도 야당에게 반론의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국민과의 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시기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번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TV 3사가 공동중계를 하는 것은 앞으로 재고돼야 할 사항이다. TV3 사의 공동중계는 전파를 낭비하고 채널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말씀은 국민이 모두 들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첫번째 국민과의 대화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는 국민과 직접 상의하는 정치, 쌍방향 정치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국민과의 대화가 쌍방향 정치를 열어가는 장이 되기 위해선 국민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담기 위해 어떤 그릇을 마련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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