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보도가 막가고 있다. 지역대결구도를 부추겼던 역대 선거보도의 ‘전통’을 되밟는 것으로도 모자라 ‘새지평’을 열고 있다. 권역별로 호남-충청표 대 영남표를 대비하는 표까지 곁들이며 이번 선거를 지역감정의 난투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보도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나선 곳은 조선일보. 조선은 4월 30일자 4면 <한나라 “아…인천”>에서 한나라당 출신 의원 5인의 국민회의 입당 배경을 분석하면서 인천지역 국회의원 지역구의 출신도별 유권자 현황표를 같이 게재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호남-충청표와 영남 및 기타표를 대비한 뒤 “서정화 의원 지역은 57%, 이강희 의원은 55%로 인천 평균비율을 훨씬 웃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탈당이 ‘지역표’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조선은 며칠 뒤인 4일자 <호남-충청출신 40% 안팎 “막강”>에서는 좀더 ‘대놓고’ 수도권 유권자의 출신도별 분포를 분석했다. 서울, 경기, 인천 권역으로 나눠 유권자의 출신도별 투표성향을 분석하는 한편 서울과 인천지역의 호남-충청표와 15대 대선에서의 김대중대통령 득표율을 비교했다.

조선이 개발한 새 보도모델은 중앙과 동아에 의해 애용됐다. 중앙은 5일자 4면 <’6.4풍향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지역 유권자의 출신지역 비율과 역대선거 결과를 비교하는 표를 게재하면서 이번 지방선거가 지역성이 한층 부각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동아도 9일자 3면 <6.4지방선거 서울-경기 여론조사 - 광역단체장 판도> 기사에서 서울과 경기지역 유권자의 연고지별 후보 지지도를 대비하는 표를 곁들였다.

이들 신문은 지역성을 부각하는 보도를 내보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에는 ‘DJP연합’의 파괴력과 새정부 출범후 지역편중 인사시비 등으로 지역대결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조선).

“여야가 DJP 연합후보 대 반DJP 연합후보로 1 대 1 구도로 맞붙었다는 점에서 서울 선거전은 지역구도가 재현될 수 있는 여지도 커졌다”(중앙).

이를테면 이번 선거가 지역대결구도로 치러지기에 그 현상을 충실히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이 온당치 않다는 사실은 역대 선거결과에 대한 신문의 총평에서 드러난다. 신문은 지역대결구도가 확인된 선거결과를 앞에 놓고선 늘상 지역감정이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척결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신문은 자신의 ‘외침’에 답해야 한다. 지역대결구도를 혁파하기 위해 신문이 자임해야 될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이 표까지 곁들이며 유권자를 동서로 갈라놓는 보도를 내보내는 것인가.

이율배반이란 지적에 “그렇다고 있는 사실을 감추란 말인가”란 반론이 제기된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이번 보도에서 전달된 사실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수치를 동원해 좀더 구체적으로 전달했다는 점 외에는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번 보도는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는 순기능은 별반 없고 유권자의 지역감정을 새삼 부추기는 역기능만 더욱 강화시켰을 뿐이다.

사실이 역사의 기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때에는 편집자의 가공을 거치게 마련이다. 무엇을 알릴 것이며, 어떻게 알릴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이 게재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가공과정은 ‘고민’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번 지역감정 보도는 고민이 필요없는 사안이다. 반드시 전달해야 할 ‘새로운’ 가치가 없을 뿐더러 전달해 봤자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점이 누차의 선거에서, 그리고 그 총평보도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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