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사가 개혁실천 프로그램 ‘이제는 말한다’의 방영을 전격합의, 파국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심의과정 등에서 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제작팀이 노사합의에 반발하고 있는 것도 노사가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이다.

KBS 사측은 지난 7일 노사협의회에서 사전심의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특별심의위원회를 구성, 이 자리에서 프로그램의 내용을 심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노조측은 이에 대해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심의를 하고 심의내용을 법률적 검토로 제한하며 방송일자를 심의전에 먼저 정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방송일자를 정하지 않고 심의부터 하자는 것은 ‘방송심의→보충취재지시→핵심내용 빼기’로 이어졌던 기존의 관행으로 볼 때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측이 노조측의 이같은 제안을 거부하자 노조는 노사협의 결렬을 선언하고 7일부터 사장실 앞 농성에 돌입했다. 그후 진행된 막후협상에서 노사는 TV본부장과 TV1국장 등 그간의 사측 협상팀을 배제하면서 의견 접근을 보았다.

12일 전격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사측이 그동안 줄곧 반대해왔던 심의전 방송일자 확정 불가방침을 철회하고 법률적인 문제만을 심의과정에서 논의하자는 노조 안을 수용했고, 노조측이 편성권이 사측에 있다는 것과 ‘조선일보’편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양보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KBS노사 모두 주요쟁점에 대해 조금씩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개혁프로그램 ‘이제는 말한다’는 노사가 합의한 편성일자에 방송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노사간의 심의 과정에서 법적 검토의 범위나 내용에 대한 법적 해석을 둘러싸고 노사간의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불분명하게 합의한 ‘언론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입장 차도 커 노사간의 갈등이 재발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작담당팀인 개혁실천 특별제작팀이 합의 자체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사간 프로그램 심의를 둘러싼 노사간 협상은 ‘산너머 산’의 형국을 맞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