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신군부가 저지른 광주학살의 진상을 알리려다 옥고를 치른 언론인들이 뒤늦게나마 정부로부터 피해보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다. 5·18 희생자보상위원회는 80년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구속·연행됐던 언론인들에 대해 5월중으로 보상심사위원회를 열고 보상금을 지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보상을 신청한 언론인들은 80년 5월 당시 신군부의 검열에 맞서 신문 방송의 제작거부를 주도했다가 연행돼 모진 고문끝에 구속됐던 김태홍·노향기씨등 당시 한국기자협회 간부 3명과 경향신문 기자 7명을 비롯해 모두 15명이다. 여기에는 당시 MBC기자였던 오효진 총리공보실장도 포함돼 있다. 어느덧 18년의 세월이 흘렀음을 새삼 확인케 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참으로 지체돼 있는 것이 바로 해직언론인 문제이다. 이번에 80년 당시 구속되거나 연행됐던 언론인들에 대해 그나마 정부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참으로 뒤늦은 일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80년 신군부에 의해 부당하게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수많은 해직언론인들은 여전히 역사의 그늘에 묻혀있다. 원상복귀는 물론 명예회복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해직됐던 상당수의 언론인들이 87년 6월항쟁 이후 복직됐다고는 하지만 명예회복이나 원상회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우리는 새정부가 언론개혁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해직언론인 문제에 관한 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새정부가 즐겨 사용하는 ‘정상화’라는 측면에서만 보아도 그렇다. 해직언론인들의 원상회복및 명예회복 없이 언론의 정상화를 운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해직당한 언론인들을 그대로 두고서 언론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정부는 이들의 원상회복을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법적 소송등의 절차가 모두 끝난 경우에는 정부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와 배상조치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박정희독재정권의 언론탄압이 노골화되던 75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자유언론·민주언론을 실천하려다 해직당한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기자들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이들 해직언론인들의 명예회복등을 위한 법제화 시도는 과거에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여소야대시절인 지난 89년에 야3당 공동으로 해직언론인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발의됐으나 3당합당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96년 12월에는 정동채의원을 비롯해 국민회의 의원 79명이 다시 해직언론인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발의했다. 12·12 군사쿠데타및 5·18 내란 사건 항소심이 막 끝났던 때였다.

이들 의원들은 “오욕과 수치로 얼룩진 한 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고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진정한 민의의 시대를 여는 ‘국민의 정부’를 자임하는 새정부와 여당은 이제 그때의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

해직언론인 문제는 물론 정치권이 도맡아 처리할 일이 아니다. 언론계가 앞장서서 풀어야 할 과제이자 책무이다. 75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민주언론을 요구하던 수많은 기자들을 거리로 쫓아낸 것도 그렇지만 80년 신군부의 언론인 대량학살에서 언론사 역시 ‘공범’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 언론사들은 이 부당한 언론인 학살극에 동조한데 대해 진심으로 국민과 역사앞에 참회한 적이 없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진정한 참회 없이 우리 언론은 거듭날 수 없다. 지난 잘못에 대한 외면과 묵살로
짧게는 18년의 세월을, 길게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저력이 있다지만 이들 언론들이 염두에 둘 것은 역사는 결코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75년의 ‘과오’에 대한 참회의 기회마저 놓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이들 언론들이 너무 때가 늦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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