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보면 순간순간 당혹스러워 질 때가 있다.
늘 말이 많은 쇼나 드라마가 그렇지만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시사고발프로그램이다.

5월 18일 방송된 SBS의 ‘추적 사건과 사람들’은 10대 폭주족들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들의 사는 모습이나 이야기가 충격적이기는 했으나 그보다도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문제를 다루는 제작진의 태도였다.

10대들에게 던지는 원색적인 질문이나 여과없는 방송이 그랬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10대들의 오토바이 절도 장면이었다.

제작진은 10대 폭주족들이 오토바이를 절도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찍었다. 늦은 밤 인적이 뜸한 곳에 세워진 오토바이에서 부품을 뜯어내고 한쪽에는 망을 보는 친구가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빠뜨리지 않았다, 오토바이건 오토바이 부품이건 절도는 분명히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더 큰 충격을 주겠다는 의욕이 너무 강했던지 제작진은 이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잊어 버렸던 것 같다. 범죄를 보면 당연히, 아니 최소한 가능하다면 막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오토바이를 절도하던 10대들은 제작진의 카메라속에서 한 사람의 범죄인이 된 것이다. 물론 그 10대들이 처음 그랬을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을 말림으로써 한 번의 범법행위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청소년을 선도해야 하는 것은 그들보다 나이든 사람들로서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그것도 일 개인이 아닌 공공매체, 방송임에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 장면을 태연히(?) 찍었고 아무런 여과없이-화면을 흐릿하게 해서 그들의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으니 최소한의 배려는 한 셈이다- 방송했다. 범죄를 그런 식으로 방조한 것은 망을 보는 친구처럼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며 그 장면을 방송에 이용한 것은 더욱 큰 범죄가 아닐런지.

범죄를 보고서도 막지 않는 사회, 그리고는 그 생생한(?) 장면을 방송하면서 정말 큰 일이라고 개탄하며 호들갑을 떠는 게 우리 방송인 셈이다.

심지어 이런 프로그램도 있었다. 전화방 문제로 한창 떠들썩 할 때 제작된 어느 시사프로그램.
폰팅에서 불륜과 윤락으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찍기위헤 제작진은 직접 전화방에 가서 폰팅을 시도한다. 물론 작전(?)에 성공해 여관방에서 상대방 여성-제작진은 그녀를 가정 주부라고 밝혔다-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는 제작진.

왜냐고? 만나자는 사람이 누구였나?
함정수사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함정을 파고 취재를 하는 것이 정말 도덕적이고 공정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잘못된 부분을 집어내어 바르게 잡는 것은 누가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 방송의 윤리와 도덕적인 기준은 어디에 있으며 또한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다.

진실된 보도를 위해 갖가지 협박과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제작진들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이러한 문제에 있어 더욱 세심한 배려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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