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매국노 이완용의 증손이 증조부의 땅을 되찾은 나라, 친일파 출신의 대통령, 장·차관에 오르고 국립묘지에 묻히는 나라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일제시대 반민족행위자의 악행을 요즘의 5·6공 문민정부 미화수준으로조차도 기록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참회나 반성을 요구한 적도 없다.

왜 그럴까. 자칭 민족지라는 한국 언론의 주류가 일제치하에서, 적어도 일제의 압제에 묵인 동조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추잡스런 과거에 대해 단한번이라도 국민에게 고백한 언론이 있었던가?
그러면서도 한국언론은 일본천황을 굳이 일왕(日王)으로 격을 낮춰 부르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면 아직도 한국은 고대나 중세의 책봉체제시대, 중화제국시대에 사는 것 같다.

일본의 최고 통치자는 결코 황제로 불려서는 안되며 그 아래인 왕의 대접을 받아야 된다는 왕조시대의 사고방식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전 외교통상부장관의 천황호칭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아직도 일제에 대한 국민감정이 남아있는데 천황호칭은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실을 한 번 보자.
한국은 일본에 가장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어느 분야치고 일본적인 시스템을 제외하면 원활한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까지 할 수 있다.

신문사를 보자. 편집국의 형태, 제작과정, 신문의 모양까지 모두 일본의 복사판이다. 방송은 또한 어떤가. 괜찮다는 프로그램치고 일본방송을 베끼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진정으로 자존심을 걱정한다면 실제적인 열세를 역전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국민이 엄연히 부르고 있는 ‘천황’이라는 호칭을 억지로 ‘일왕’으로 바꿔가며 표기한다고 해서 한국에 무슨 이익이 된단 말인가. 일본은 고작 운동경기에서나 타도해야할 대상이고 천황을 일왕으로 불러야 한국이 그들보다 낫게 되는 것일까.

그토록 자존심이 강하다면 일본에 식민지 배상을 당당하게 요구하거나 그들에게 돈구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일본천황이 방한할 때도 일왕으로 부를 자신감과 신념이 한국언론에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 일관성과 용기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

그러나 ‘구국의 화신’이었던 전두환 장군이 얼마전에는 ‘전씨’로, 요즘에는 ‘전 전대통령’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한국 언론에게 그런 용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다.

더욱이 일본천황이 한국에 오지 않았을 땐 일왕으로, 왔을 땐 천황폐하로 부른다면 그건 국제적인 망신이 될 것이다. 지켜야 할 자존심과 버려야 할 체면, 겉치레를 구분 못하는 졸렬함과 유치함 때문에 한국은 일본에게 외교적으로 우위를 차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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