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국세청에 약하다.” “왜냐하면 약점이 많으니까…”.
“의미있는 기사라도 타 언론사 특종이면 대충 눈을 감아라. 다른 언론사 장사시켜줄 일 없으니까.”
“그러면 국민의 알권리는 어디로….” “그것은 우리가 알 바 아니다.”

국세청에 약하고 타사의 특종엔 눈을 감는 우리 언론의 고질병이 또다시 확인됐다.
조선일보가 지난 13일자 사회면에 보도한 ‘8급 세무공무원 부인의 뇌물 인생설계 노트’는 세무비리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있는 기사였다.

매일 30만원에서 1백50만원씩 뇌물을 받아 9개월만에 1억원 목표를 초과달성했으며, 앞으로 8년동안 10억원을 받는것이 목표라는 내용은 세무비리가 얼마나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충격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다른 언론이 외면으로 일관해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의 경우 MBC가 13일 9시 뉴스데스크에서 ‘뇌물로 인생설계’라는 제목으로 기자 리포트로 처리하고, SBS가 같은날 8시 뉴스에서 ‘뇌물장부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단신처리했을 뿐 KBS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신문의 경우는 아예 이 사건을 다루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연합통신이 13일 조선일보 기사를 받아 보도했지만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무비리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이번 사건을 언론이 외면으로 일관한 것은 무엇보다 국세청에 약한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을 당초 8시뉴스 시간에 기자리포트로 처리할 계획이었던 SBS의 경우는 마지막 편집과정에서 이 기사가 단신 처리되고, 나이트라인시간에도 빠지게되자 기자들로부터 국세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또한 경쟁지가 특종보도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다는 언론계 관행도 의미있는 기사를 외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이번 사건을 ‘과감하게’ 외면하는데 방송보다 신문이 앞장섰다는데서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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