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맞아 방송에서는 다양한 특집기획들이 선보였으나 대다수 신문들은 단순하게 행사소식을 전달하는데 그쳐 대조를 보였다.

14일 11시에 방송한 MBC 다큐스페셜 ‘사라진 사람들’ (연출 최승호)은 공수부대에 의한 광주 민중항쟁 희생자 암매장 의혹에 대한 연출자의 끈질긴 진상규명 노력이 돋보인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5월 방송된 ‘사라진 작전보고서’의 연출을 맡았던 PD가 연출한 이 프로그램은 목격자 및 군 관계자들의 증언과 정부의 각종 공식기록을 토대로 군의 암매장 은폐 의혹을 파헤쳤다.

조선일보 관련 프로그램의 방송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던 KBS 개혁실천특별제작팀의 ‘5·18광주민주항쟁’편은 그간 제기됐던 5·18사건 진상규명과 관련한 의혹과 과제를 총정리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미국정부의 공식문서를 통해 미국의 병력이동 승인 등 그동안 재야에서 제기했던 미국 책임론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SBS는 17일 ‘김동길의 선데이 매거진’에서 5·18 유족들의 삶을 통해 광주민중항쟁을 재조명했으며, 18일 밤 12시 40분경에 노르웨이 국제평화연구소장 갈퉁 박사를 초청, 5·18의 의미 등에 대한 대담 프로를 제작·방송했다.

이밖에 KBS 광주방송총국에서는 ‘생방송 토요마당’, ‘사람과 사람들’ ‘광주·전남 패트롤’ 등 정규 프로그램에서 5·18 특집을 방송했다. 광주MBC도 13일 ‘다큐멘터리 5·18’(연출 오창규)을 통해 광주민중항쟁의 사회적 배경, 전개과정, 역사적 의미 등을 다뤘다.

특히 광주MBC는 18일 라디오 특집으로 ‘5·18과 언론 그 자화상’(연출 장영주)을 방송, 광주항쟁 당시 언론인들의 수난사와 5·18관련 보도에 대한 평가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짚어내기도 했다.

CBS도 빠지지 않았다. CBS는 18일 5·18을 주제로 만들어진 노래의 해설을 들어보는 ‘5·18의 노래’, 5·18좌절이후 싹튼 80년대 저항음악을 진단한 ‘80년대 저항의식과 음악세계’, 유명인사에서 평범한 개인에 이르기까지 5·18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들어본 ‘5·18 광주항쟁과 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광주매일 등 지역신문사들은 기획시리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5·18의 진상규명과 해결과제 등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들은 ‘망월동 표정’ ‘전야제’ ‘기념식’ 등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

암매장 의혹, 광주학살 시나리오 등 진실 규명 차원에서 풀어야할 과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관련기사는 기껏 한겨레의 ‘새정부가 풀어야할 5·18의 현안’, 한국의 ‘5·18상처치유 아직도 멀었다’ 정도에 불과했다.

사설이나 컬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겨레의 ‘5·18정신을 되새긴다’(5월 18일자) ‘광주항쟁의 어제와 오늘’(5월 19일자) 서울신문의 ‘전국민의 5·18로’ ‘5·18을 어떻게 볼 것인가’(5월 18일자)가 고작이다.

동아일보의 경우 5·18재단의 국제학술심포지엄을 후원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하고 이를 평가하는 컬럼 ‘5·18공동체정신’(5월 18일)을 싣기도 했지만 조금은 엉뚱하게 ‘횡설수설’ 컬럼란에 실어 효과가 반감되기도 했다.

중앙지들의 이같은 무성의한 보도태도는 80년 5월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매도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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