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혁실천 특별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말한다’가 난산 끝에 18일 첫 선을 보였다.

이날 첫 프로그램으로는 ‘5·18-광주 민중항쟁’이 방송됐다. KBS는 당초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했던 오욕의 과거사를 스스로 되돌아봄으로써 다시는 그같은 오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뜻으로 ‘KBS-그 굴종과 오욕의 역사’를 첫 방송으로 내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5·18 광주민중항쟁 18돌을 맞아 ‘5·18-광주민중항쟁’ 편을 먼저 방영하고 KBS편과 문제가 됐던 조선일보편등은 6월 개편에 맞춰 정기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매주 순차적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KBS 노사는 이 프로그램의 심의및 편성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사측의 프로그램 편성권을 무시한 제작팀의 일방적인 방송일정 확정과 프로그램 심의및 편성 절차등을 둘러싼 이견이었다는게 회사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핵심적인 쟁점은 ‘조선일보편’이었다.
제작진은 언론개혁 문제를 ‘조선일보편’을 통해 집중 조명하려 했다. 경영진과 간부진들은 특정언론사의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면 자칫 명예훼손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조선일보편의 편성에 난색을 표명했다.

법률적인 검토 후에 방영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었다. 제작진과 노조는 개혁실천특별제작팀 구성의 취지를 살려 먼저 편성일정부터 확정하자고 요구했다.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와 원로 언론인 박권상 사장의 취임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방송 민주화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한 이같은 갈등과 대립은 KBS의 새출발을 기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무척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때 노사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노조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가기까지 했으나 노사 모두 조금씩 양보해 프로그램 편성일정을 확정하고 제작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하에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심의는 ‘법률적인 문제’에 국한하기로 합의해 첫 방송을 내보낼 수 있었다.

개혁 실천 특별 프로그램이 방영되기까지 겪었던 이같은 우여곡절은 성역없는 독립방송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방송 개혁의 길이 얼마나 지난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정한 방송, 독립된 방송, 공공의 방송은 단순한 구두선이나 원칙의 천명만으론 이뤄질 수 없음을 이번 사례는 분명하게 확인해주고 있다.

보도와 논평,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부단한 노력이야말로 방송 독립의 첫걸음이자 마지막 보루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만큼 개혁실천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키로 한 노사간의 합의는 하기나름으론 앞으로 KBS의 거듭남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진통 끝에 결실을 맺었던 만큼 개혁실천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KBS 노사는 해묵은 불신을 털어내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공정하고 독립적인 보도와 논평,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모범적인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KBS 노사가 진심으로 합심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노력은 우선 개혁실천 특별 기획프로그램 ‘이제는 말한다’를 잘 만드는 것으로 가시화돼야 한다. 프로그램의 명칭그대로 이제는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한다.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KBS의 개혁의지를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믿게 해야 한다.

성역없는 보도와 논평, 프로그램 제작이 이뤄지고 있고, 이뤄질 것임을 역시 ‘화면’과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한다. KBS는 이제 개혁실천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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