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한국일보내에서는 노보인 ‘소식지’ 기사가 단연 화제이다.
투명한 경영을 회사에 요구하는 것에 걸맞게 노조 집행부가 노보를 통해 경영진의 내밀한 속내까지 공개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주의 편법 자금 거래는 물론 주주 갈등설 등 성역이 없다. 사원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한국 노조도 노보에 민감한 내용을 가감 없이 공개함에 따라 외부에 노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영 관계자들은 이같은 노보 태도에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한국일보 노보가 18일 경영난에 빠진 향후 회사 진로와 관련 7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노보는 ‘우리회사 어디로 가나’라는 기획기사를 게재하면서 이례적으로 장문의 편집자주를 달았다. 노보는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거나 가늠해 보는 조합원과 사원들이 늘고 있다”고 전제한후 “이제 위기극복 방안과 회사 앞에 가로 놓인 여러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다뤄야 할 때가 되었다”고 밝혔다.

노보가 이날 제시한 향후 시나리오는 △외국자본 도입 △증자 통한 국내 자본·우리사주조합 도입 △일부 자매지 주주·3자에 분리 매각 △화의 신청 △법정 관리 △파산 △현상태 지속 등이다.

이 가운데 노보는 앞의 3가지 경우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으나 나머지 시나리오에 대해선 회사나 사원 모두가 원치 않는 길로 규정했다.

노보는 각각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면밀 분석한후 “주주들과 경영진이 소유와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까지 조합이 제시한 건설적인 방향으로 결단을 내릴 경우 회사 살리기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시간을 끌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어떠한 경우이든지 경영권 문제를 둘러싼 주주들간의 ‘갈등’이 하루 빨리 마무리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시각인 셈이다.

노보가 제시한 시나리오 중 일부는 현재 주주들간에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것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주판 한국일보를 발간해 오면서 재미 교포 자본가들과 상당한 교분을 쌓아온 장재구 전 회장측이 교포 자본 영입을 위한 막후 교섭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일보는 외자 유치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와 서울경제가 5월 18일 80년 서경 강제 폐간과 관련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 여야 각 정당 등에 전달한 것도 이러한 주주들간의 물밑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국일보와 서울경제는 1면에 서울경제 폐간에 따른 국가 배상을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하고 해설, 기획기사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서울경제의 한 기자는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도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정부 출범후 달라진 경영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전문경영진 출범 이후 새로운 경영시스템 마련을 이유로 기존의 판매·광고 자료들에 대한 검증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경영관계자는 “경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것일뿐 특정인을 겨냥한 조사 차원이 아니다”며 이같은 해석을 일축했다.

그러나 회장을 역임한 한 지배주주의 경우 신문사 근무 기간 중 판매 분야에서 주로 근무해왔고 특히 전문경영진들과 불편한 관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면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물밑 아래에선 ‘거센 급류’가 휘몰아치고 있는 느낌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