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사장의 지시로 임원 5명이 돌연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불거진 연합 사태의 의문점은 크게 두가지다. 무엇때문에 임원진 전원이 급작스럽게 사표를 제출하게 됐는지, 그리고 유독 김사장만 사표 대상자에서 제외됐는지가 우선적으로 풀려야할 의문점이다.

이에 대한 김사장의 설명은 다소 복잡하다. 김사장은 20일 노조 집행부와 만난 자리에선 “요즘 관영매체 인사는 청와대 공보수석실 관할”이라며 청와대 개입을 시사했으나 23일 이를 번복했다. 자신은 지난 4월 ‘유임’을 통보 받았고, 임원진 사표는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윗 쪽’에서 유임을 통보받은 위치에 있는 인사가 갑자기 임원진 전원에게 사표를 지시한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숱한 논란이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같은 사표제출의 이면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정부의 의지가 개입돼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연합의 위상이나 그간의 관행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청와대의 해명도 ‘부분적 인정’에 가깝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상층부의 구조조정을 얘기한적은 있지만 사표 제출을 지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재출연 기관인 연합통신 임원진에게 청와대측이 상층부의 구조조정을 거론했다면 이는 사표 제출 지시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따라서 첫 번째 의문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연합 노조는 이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와 경영진의 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위상재정립’은 왜 눈길을 돌리지 않느냐는 것이 우선적인 물음이다. 위상재정립이 전제가 된다면 인적 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단순히 사람이나 바꾸는 식의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11년째 임원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사장에게 강력한 상층부 구조조정을 요청한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경영진에게는 ‘자존심’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뚜렷한 명분도 없는 상태에서 타의에 의한 ‘사표 제출 지시’를 수용할 수 있느냐는 항변이다. 노조를 비롯해 사원들이 위상재정립 문제를 위해 노력하고 고심하고 있는 현실을 애써 외면한 보신주의적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연합 경영진 유임 여부를 둘러싼 각종 소문은 새정부 출범이후 끊이지 않아 왔다. 지난 4월 주총에서도 한때 경영진 교체가 유력하게 떠돌기도 했으나 주총에서 안건 자체가 아예 상정되지 않아 자동 유임됐다. 김사장이 이 과정에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정부의 신임이 두터웠다기 보단 다양한 형태의 로비가 결정적인 유임 이유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지 외압 공방에 머물지 않고 있다. 연합통신의 독립성과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형태로 진전되고 있다. 연합의 소유구조가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언제든지 이같은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고, 차제에 제도적 차원에서 확실한 ‘독립 방안’을 보장받자는 것이 노조의 기본 입장이다.

연합 노조는 26일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에서 모두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김사장에게 스스로의 거취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한 것은 ‘시한폭탄’의 의미를 갖고 있다. 노조는 27일까지 위상재정립과 관련한 김사장의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연말까지 이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퇴진하겠다고 약속 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김사장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고 경영진이 노조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연합사태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연합 사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 정점에는 연합의 위상 문제가 걸려 있다. 한 기자는 이를 두고 ‘독립 투쟁’이라고까지 비유했다.

이런 점에서 23일 청와대측이 연합의 독립성과 자유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고 이에 걸맞는 개혁 방안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주목된다. 공이 ‘연합통신’ 내부로 넘어 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