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91년 지방자치의회가 민선으로 구성된 지 7년여만에 세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지방자치의 안착을 위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지난 95년 구성된 지방정부의 공과를 평가하는 최초의 선거라는 점에서 6·4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군사독재의 엄혹한 탄압을 뚫고 부활한 지방자치는 엄청난 산고에도 불구하고 숱한 논란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지방의회의 경우 주민자치의 집산장으로서 기능하기 보다는 토호세력의 이권다툼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지방정부는 지역여론보다는 중앙정치무대의 정치논리에 따라 변신과 정책혼선을 일삼아 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같은 ‘전력’ 때문인지 이번 6·4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0%에서 맴돌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치’가 자리해야 할 6·4지방선거 보도에서 우리 언론은 ‘정치’를 들이밀었다. 공천을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기류, 출마신청자들의 철새행각에 초점을 맞췄고 이 모든 보도는 다시 정계개편이란 ‘바다’를 향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초래될 정계개편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 것이다.

이런 언론에게 후보들의 공약검증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최소한 광역자치단체장에 한해서라도 정밀한 공약검증이 있어야 했는데도 대부분 ‘생색내기’ 검증에 그쳐버렸고, 그 자리에 평면적인 후보 프로필 나열로 대체했다. 물론 언론에 제약요건이 많았던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출마자에 비해 지면과 시간이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언론의 ‘항변’을 존립케 하는 주된 근거일지 모른다.

언론의 이런 항변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이 한가지 있다. 이번 6·4지방선거 보도의 기본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가’가 누락됐다는 점이다. 사실상 제2기 지방선거인 만큼 반드시 짚었어야 할 1기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의회의 공과를 면밀 검토함으로써 바람직한 지방정부·의회의 상은 어떤 것인지, 좀더 포괄적으로 본다면 지방자치제 정착을 위한 보완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접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이번 6·4지방선거 보도의 최대 문제점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지역언론의 자성은 재삼재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가 생동적이고 설득적이기 위해서는 ‘사실’과의 접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회의 행적에 기초를 둔 평가는 어차피 지방·지역언론의 몫이다. 하지만 지방언론은 이런 소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에 국한되는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지방자치의 동반자이자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지방·지역언론이 오히려 지방자치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게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지방 토호를 사주로 두고 있는 일부 언론의 경우 지방정부나 의회를 향한 로비의 통로로 신문을 이용했는가 하면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보복’을 감행하기 일쑤였다. 또 일부 기자들은 주민의 혈세로 외유를 다녀오거나 촌지를 받아 지방정부의 ‘일탈’을 ‘유도’하곤 했다.

결국 지방자치의 표류상태 이면에는 중앙이나 지방, 지역 가릴 것 없이 언론 전반의 ‘일탈행위’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언론의 정치논리에 말려, 또 지방·지역언론은 이권과 이해에 사로잡혀 지역주민의 여론을 등한시해 온 것이다.

일부의 전망대로 이번 6·4지방선거가 주민들의 무관심과 이탈 속에서 치러진다면 언론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성과 보도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자치가 갖는 의미가 너무 각별하기 때문이며 그 각별한 의미를 소생시킬 수 있는 최적의 적임자가 언론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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