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년을 맞이한 5·18은 우리 언론에게 무엇인가. 언론은 더 이상 5·18을 ‘폭도들의 난동’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의 의로운 ‘항쟁’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신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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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언론의 변신이 미심쩍은 것은 자기 반성의 고백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방송은 최근 자기반성의 모습을 잇따라 보였다.

MBC는 PD수첩 ‘방송문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을 통해, KBS는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방송 50년 영욕의 자화상’, 개혁실천프로그램 ‘5·18 광주민중항쟁’을 통해 학살자들의 앵무새 노릇을 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다수 신문들은 자신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않고 있다.

자기 반성이 없는 신문들의 태도는 5·18 보도 태도에서 잘 나타난다. 현지에 대한 깊이있는 천착이 없다. 기념행사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류한호 교수(광주대 신문방송학과)는 광주항쟁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그 의미가 있음에도 현재 광주시민들의 움직임에 대한 보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김종필총리 기념사 등 겉치레 행사위주로 보도된 19일 아침 신문에서 대다수의 신문의 성의없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한 5·18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평가에도 지극히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된 광주대학교에서 개최된 아시아 인권현장선언대회를 대다수의 언론 보도들이 행사알림 수준에 머문 것에서 잘 보여진다는 것.

류 교수는 “아시아 각국의 인권탄압 사례와 제주 4·3항쟁, 거창양민학살 등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사건에 대한 발표도 있었고 아시아 15개국 40여명의 NGO대표들의 아시아 인권선언도 있었지만 중앙언론들은 이를 외면했다”며 “광주에서 이같은 대회를 왜 개최했는지 한번쯤 더 생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88년 국회청문회와 5·18 특별법에 의한 검찰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속시원이 규명된 것이 없다는 게 광주의 항변이다. 발포명령자를 비롯 1백63명의 공식희생자들 이외 행방불명된 뒤 살해돼 암매장된 사체의 향방, 왜 그토록 무자비하게 광주만을 진압했는지란 물음에서 출발하는 사전 시나리오 의혹 등. 광주지역 언론과 일부 신문 방송들만의 외로운 문제제기만 있을 뿐이다.

지난 14일 MBC 다큐스폐셜 ‘사라진 사람’들을 통해 군의 암매장 의혹을 집요하게 추적했던 최승호 PD는 “암매장, 사전 시나리오 등 엄청난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에 현재 어떤 정치세력도 적극적이지 않다”며 “객관적이고도 실증적인 취재를 통해 이를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언론이 5·18진상규명을 위해 해야할 몫”이라고 말했다.

광주문제에 대한 언론의 접근방식 또한 너무 현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5·18광주를 다룬 기획기사나 프로그램도 현대사에서 광주항쟁의 의미를 제대로 포착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5·18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의 하나는 분단체제의 극복이다.

5·18은 광주의 5·18로써만 자리매김될 수 없다. 4·3사건 등 우리 현대사의 질곡속에서 낙장(落張)으로 남겨진 여타 비극적 사건의 진상규명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언론이 이제 극복해야 할 점도 바로 이 대목이 아닐까 한다” KBS의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을 맡고 있는 김영신 PD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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