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 구 사옥이 그립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구사옥에서 CCMM(Center of Comunication Mass Media)으로 이름붙여진 여의도 새사옥으로 이전한 국민일보 사원들의 때이른 망향가이다.

쾌적한 근무환경에 한껏 기대가 부풀었던 국민일보 사원들이 이처럼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은 사측이 잇따라 내놓은 근무수칙때문이다.

순복음교회 재단 소유로 알려진 국민일보 새사옥(국민일보는 3·4층만 사용)은 지상 12층 지하 7층 연면적 2만7천여평 규모로 건물 내부는 일류호텔 수준이다.

첨단 음향시설과 영상시설을 갖춘, 8백석 규모의 콘서트 홀(지하 1·2층)과 2개의 이벤트 홀(지상 1층)이 갖춰져 있고, 기사 및 사진 집배신 서버, 화상 데이터베이스 서버 등 각종 시스템을 국내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화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종합운영실도 설치돼 있다.

중앙제어시스템을 통해 빌딩을 24시간 자동 통합 관리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빌딩 내에는 수영장까지 갖춰진 회원권 3천만원짜리 스포츠클럽 피트니스 클럽도 운영될 계획이다.

이같은 최첨단, 쾌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민일보 사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 것 같다.
새사옥 근무 수칙들이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물내에서는 절대 금연이고 음식물 반입도 안된다. 1회 위반할 때마다 사내 기독교인 친목단체인 신우회에 1만원씩 벌금을 내야하며, 근무시간 중에는 술도 안된다.

회사는 3회 연속 적발시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퇴사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일보 사원들은 담배를 피울 때마다 건물 1층 밖 오른편에 있는 벤치까지 내려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편집국의 한 간부는 술을 먹지 못하게 한 것은 순전히 부근에 순복음교회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한 잔도 먹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얼굴에 취기가 나타날 만큼 마시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축소해석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근무중 사적인 전화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업무용 시외 및 국제 전화·팩스사용시에는 전화 사용 기록부를 작성, 결재 후 사용토록 해 불편 사항이 사옥이전 이후 이래 저래 많아 보인다.

한 편집국 기자는 외형적으로 근무공간이 넓어지는 등 근무환경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하지 말라는 게 많아 자유를 빼앗긴 것 같다며 신수동 사옥때가 좋았다는 게 사원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그동안 추진됐던 경제섹션 증면이 유보된 이후에도 사측이 경력기자 모집을 시행해 혹여나 사람 밀어내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일어 국민일보 내부는 이래저래 뒤숭숭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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