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하기 위해 지켜야 할 도덕적 책무 가운데 하나는 어떤 사안에 대해 예단을 갖고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유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TV뉴스의 시각은 항상 특정한 결론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5월 27~28일 이틀동안 민주노총이 벌인 시한부 파업투쟁에 대한 TV3사의 보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한부 파업을 앞둔 지난 25~26일 이틀동안 TV뉴스는 노동계의 파업이 마치 주가폭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KBS 9시뉴스는 연 이틀에 걸쳐 주가폭락 리포트와 파업 관련 소식을 앞뒤로 묶어 편집했고 MBC 뉴스데스크도 26일 파업 관련 소식에 이어 주가폭락 소식을 내보냄으로써 두 사건이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특정한 결론을 유도하려 했다.

물론 노동계의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사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시한부 파업이 주가폭락의 가장 큰 요인이고 결국 노동계의 파업은 외국 자본의 유입을 막을 것이라는 결론을 유도하려는 보도태도는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최근의 주가폭락은 국내적으로 은행들의 부실정리대상 기업 선정작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엔화가치의 급락과 인도네시아 정정불안 등 대외정세의 변화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보도내용에서도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7일 KBS 9시 뉴스는 <지금 파업할 때인가?>라는 리포트를 통해 실업자나 실업의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의 입장은 무시한채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일방의 목소리만을 전달했다.

MBC 9시 뉴스도 <한국 신용하락 우려>라는 리포트를 통해 노동계의 파업이 외국인의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국가신용도를 추락시킬 것이라는 미국 CNN방송과 신용평가기관들의 시각을 전했다. SBS 8시 뉴스는 한국 노동계의 파업으로 일본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논리의 비약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보도태도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이 늦어져 외환위기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국내외 우려를 애써 외면하거나 작게 취급하려는 태도와 대조적이다. 지금까지 TV3사의 뉴스는 노동계의 요구사항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사용자측의 교묘한 부당 노동행위, 특히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한 해고에 대해 복직판정을 내리고 대통령까지 사태해결을 약속했음에도 복직을 거부하고 있는 사용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애써 비중있게 기사화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TV뉴스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마치 사람을 자르는 것이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의 전부인양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재벌들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재벌기업들의 일방적 임금삭감과 해고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국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생산감소를 가속화시켜 불황을 장기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TV뉴스는 국가 부도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보도에 임해야 한다.

또한 힘없는 노동계의 시한부 파업을 비난하기 전에 경제파탄의 가장 큰 원인인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재벌의 무분별하고 방만한 선단식 경영의 폐단에 대해 성역없는 비판을 가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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