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이 일부 후보자들의 정략적 행태로 인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6일 밤 10시 KBS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가 토론회 도중 갑자기 진행방식을 문제 삼아 10여분간 KBS에 항의하는 바람에 토론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최후보는 TV토론이 후보검증을 위한 충분한 질문을 가로막고 있다며 여당과 KBS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자신을 방송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한나라당은 질문과 시간배정이 일방적으로 짜여져 있는 현행 방식 개선 및 TV토론 추가개최, 토론시간 재조정을 요구한다며 KBS에 항의단을 파견했다. 국민회의도 발언시간이 10초를 초과할 경우 마이크를 끈다는 규칙을 만들고도 최후보에게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의단을 보냈다.

이에 대해 KBS측은 최후보측이 사전합의를 해놓고 갑자기 판을 깨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토론회 전날 열린 설명회 자리에서 후보자간 상호토론의 구성내용을 공개하고 최후보측도 여기에 동의해 질문지를 보내왔음에도 토론회 도중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략적 판단에 따른 의도된 행동이란 시각이다.

국민회의 임창열 경기지사 후보는 MBC TV토론에 무려 15분간이나 늑장 입장해 한때 방송 사고를 낼 뻔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의 기조연설이 끝난 뒤 나타난 임후보는 후보간 협의를 통해 진행방식을 결정키로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MBC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임후보는 당초 선 자세로 토론을 하기로 한 합의를 번복하고 앉아서 하자고 주장하다 손후보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MBC측에 책임을 떠넘기며 출연을 거부한 것이다.

28일로 예정됐던 SBS 인천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는 자민련 최기선 후보의 거부로 무산됐다. 최후보는 야당 후보 2명이 여당 후보 1명을 협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TV토론엔 앞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같은 파행운영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방송사보다 정치권에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정치권이 정략적 필요에 따라 TV토론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대 김승수교수(신문방송학)는 TV토론의 구조상 결함에서 빚어진 문제라기보다 정치구조와 선거문화의 저질화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사회자와 별도로 진행위원 등을 둬 저질발언을 하거나 진행방식을 따르지 않는 후보에게 강력한 패널티를 주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MBC노조는 28일 TV토론 악용하는 후보들을 규탄한다는 제하의 공동성명을 내고 이미 합의한 내용을 생방송 도중 갑자기 뒤엎고 방송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TV토론을 정치선전장으로 악용하거나 정당간 신경전의 책임을 방송사에 떠넘긴다면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최, 임 두 후보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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