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안기부가 여전히 언론사찰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부의 이같은 언론사찰은 과거 안기부의 언론사찰 철폐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국민회의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어서 현 정부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안기부는 국내담당인 2차장 산하 대공정책실과 기획판단국에 각각 보도내용 사전 탐지 및 언론계 동향 파악을 담당하는 언론정보 수집관과 언론논조 분석 및 언론대응 방안 작성 등을 담당하는 언론정보 분석관을 두고 지속적인 언론사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언론정보 수집관의 경우 중앙일간지 및 통신사와 방송사, 언론유관기관에 1~2명씩 전담자를 두고 수시로 언론사를 출입하거나 언론계 인사를 접촉하는 과정을 통해 보도내용을 사전 탐문하는 한편, 언론계 동향과 관련한 정보수집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수집관들은 대통령이나 안기부와 관련된 보도내용을 중점적으로 사전 탐문하고 있다.

언론정보 분석관들은 수집관처럼 전담 언론사를 출입하진 않지만 언론인 및 정관계 인사들을 다양하게 접촉해 언론정보 및 정세를 파악하는 한편, 수집관들이 수집한 언론정보를 분석해 시기별, 쟁점별로 각 언론사의 보도논조를 파악하고 언론대응 방침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

언론정보 수집관과 분석관은 직제상 각각 대공정책실과 기획판단국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안기부 개편과정에서 대공정보실장과 기획판단국장 직책을 1명이 총괄하고 있어 실제로는 통합운영되고 있다.
안기부는 그러나 김영삼 정부 당시 대언론 공작 및 조정 활동을 폈던 협력실 소속 언론협력관 직제는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폐지시켰다.

대공정책실 언론처 언론과 소속인 언론정보 수집관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과거부터 수집관 업무를 맡아온 사람들이며 나머지는 이번 안기부 개편 과정에서 새로 충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KBS를 담당하는 허○영·박○승씨의 경우 김영삼 정부 때에도 KBS를 담당했던 인물들이다. 특히 허씨의 경우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25년 가까이 대언론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언론과장은 언론협력관 출신인 윤○성씨가 맡고 있다.

안기부는 언론대책팀의 존재와 관련 “언론은 국가경영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기관이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위해 정보기관의 정보활동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언론분야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이 악용되거나 사찰의 성격을 갖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기부는 또 “활동요원들의 경우 과거와 달리 주로 외곽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대북관련 자료제공 및 공식업무 연락 등 제한된 경우에만 언론사를 출입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기부가 김대중 정부 들어서도 언론대책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언론을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며 안기부에 의해 파악된 언론정보는 직간접적인 언론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언론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안기부 언론대책팀은 지난 93년 3월 김덕 전 부장 재직 당시 정치사찰 관련부서 폐지 방침에 따라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영삼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96년 12월 국회 정보위에서 언론팀의 존재를 부인했다. 국민회의는 야당시절인 95~97년 당시 조세형·정상용·천용택 의원 등이 문체공위,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안기부의 언론통제를 지적하며 언론대책팀의 해체를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