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년 5월20일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공개 사직서다.

“당시 전남매일 기자였다. 진실을 보도하려다가 못 했다. 그때부터 제 입으로 5·18의 5도 말하지 않고 있다. TV도 안 보고 라디오 뉴스도 안 듣는다. 많은 언론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안 했다. 요즘 언론사들, ‘누구는 이랬다, 저랬다’ 아무런 검증 없는 무책임한 보도가 끊임이 없다. ‘가짜뉴스’도 문제지만 기성 언론은 잘 하고 있나?”(박화강 전 한겨레 기자)

▲ 사진=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공개 사직서.
▲ 사진=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공개 사직서.

5·18기념재단과 자유언론실천재단,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광주전남기자협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미디어오늘 등은 17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용봉홀에서 ‘5·18 보도와 가짜뉴스 문제 점검 및 대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 5·18기념재단과 자유언론실천재단,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광주전남기자협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미디어오늘 등은 17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용봉홀에서 ‘5·18 보도와 가짜뉴스 문제 점검 및 대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 5·18기념재단과 자유언론실천재단,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광주전남기자협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미디어오늘 등은 17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용봉홀에서 ‘5·18 보도와 가짜뉴스 문제 점검 및 대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5·18민주화운동 39주기를 맞아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송정민 전 전남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했으며 고승우 상임공동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최성주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김준범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권정숙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김정대 전남일보 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고승우 공동대표는 “한국당이 망발하는 대로 받아쓰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문제다. 기계적 중립을 실현한다며 막말을 검증 없이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승우 공동대표는 과거 조선일보 보도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5·18 당시 계엄사의 발표를 그대로 전하며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넣는 데 앞장섰다.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에 기생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980년 5월18일부터 21일까지 광주 현장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5월22일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상당수의 타지역 불순인물 및 고첩(고정간첩)들이 사태를 극한적인 상태로 유도하기 위해 여러분의 고장에 잠입했다”고 왜곡 날조된 것으로 평가받는 계엄사의 발표를 그대로 전했다. 5월23일부터는 광주시민들의 저항을 ‘폭동’으로, 진압군의 잔악 행위는 ‘유언비어’로 소개했다.

▲ 고승우 상임대표 등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고승우 상임대표 등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고승우 공동대표는 당시의 왜곡은 자유한국당과 일부지지세력, 조선일보 등 언론 등을 현재 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왜곡 보도의 주체로 떠오르는 유튜브가 문제다. 유튜브는 시민의 사회 참여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가짜뉴스’ 유포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대처를 위해 당사자들의 활발한 미디어 참여와 활동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최성주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역시 “5·18 폄훼 표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보수언론들이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에 너무 점잖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주 공동대표는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걱정하는데, 표현의 자유는 맨몸으로 얻은 권리가 아니다”라며 “앞선 세대들의 노력을 통해 민주화 사회가 만들어졌는데 보수 쪽에서는 이걸 악용하고 있다. 이제는 정리할 때다. 대응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정숙 언론중재위원회 위원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왜곡 보도로 피해 보는 유족 등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잘못된 보도를 두고 중재요청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지역 기자인 김정대 전남일보 기자는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보수 유튜버들을 가리켜 “이들은 5·18 진상이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끌어낼 목적이 크다”며 “망언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5·18 진상규명이 중요하겠나. 이념 싸움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정론 보도하는 언론을 선택하고 선거를 통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 사진=박서연 기자.
▲ 사진=박서연 기자.

이날 세미나에는 고승우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해 현이섭·유숙열·김준범 공동대표와 이희찬·박동영(KBS), 이원섭·박화강(한겨레), 조성우(한국일보), 고영재(경향신문), 강진욱(연합뉴스), 윤후상·정남기(합동통신), 조성호(서울신문), 최성주(언론개혁시민연대), 권정숙(언론중재위원회), 이영순(자유언론실천재단), 이태봉·김영모(언론소비자주권연대) 김기남, 이요상, 김응규, 박경수, 김광석, 김영모, 서진희, 서재빈,  김정대(전남일보)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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