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해 리비아 남서부에서 납치된 우리 국민 주아무개(62)씨가 피랍 315일 만인 16일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석방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군사적 방법을 이용한 구출작전이 아닌 협상과 외교로 사태를 해결해 주목을 끌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아침 브리핑에서 지난해 7월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된 한국인 주씨가 무사히 석방됐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피랍사건 발생 직후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TF’를 구성해 리비아 정부는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우방국 정부와 공조해 인질 억류지역 위치와 신변안전을 확인하면서 석방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실장은 지난 2월말 서울에서 개최된 한-UAE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석방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을 계기로, UAE 정부가 사건해결에 적극 나서 안전하게 귀환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납치세력을 두고 정 실장은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 집단으로, 납치경위와 억류상황 등 구체적 사항은 조사 중이라고 했다. 현재 주씨는 우리 정부가 신병을 인수, 현지 공관의 보호 하에 UAE 아부다비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고, 오는 18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주씨의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행위는 국제사회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도적 범죄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이번 기회를 빌어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제3국 민간 선박 피습사건이 ‘선박의 자유항행이 보장된 공해상의 불법적 무력사용 행위’로 간주하고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번 주씨 석방과정에서 현지에 문무대왕함과 왕건함을 추가로 파견했으나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쓰지는 않았다. 과거 8년 전인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사건 당시 최영함 등을 현지에 파견해 구출작전을 벌여 전원 구출했다. 그러나 석해균 선장은 진압과정에서 여러 발의 총상을 입었다.

정의용 실장은 주씨 석방을 두고 “납치 순간부터 문 대통령이 가장 큰 관심 갖고, 조기 석방을 추진해온 사안”이라며 “납치 직후 문무대왕함을 파견해 현지에 도착했고, 8월 중순 왕건함과 교체해 4개월 가까이 함정을 보낼 정도로 피랍 국민의 안전한 석방에 총력을 경주해왔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도 직접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월 UAE 왕세제에게 특별히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지에 문무대왕함 등 군함을 파견했는데도 아덴만 작전과 같이 군사적 구출작전을 쓰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정 실장은 “여러 방법을 검토했다”며 “리비아 내전이 진행되고 정세가 극히 불안한 상태”라고 답했다. 정 실장은 “최근에는 무정부 상태에 가까워 특히 주씨가 납치된 지역이 리비아 남부라서 구출작전이나 석방 협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리비아 피랍 한국인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리비아 피랍 한국인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석방에 힘써준 우방국 정부와 결정적 역할을 해준 UAE 정부 및 ‘모하메드’ 왕세제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위험지역 체류 국민들에 안전계도를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유사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석방과정을 두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UAE가 갖고 있는 영향력과 부족간 협력관계 등을 감안해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급적 조기에 리비아를 나올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네 분이 끝까지 귀국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대북식량지원 관련해 “인도적인 사안으로 안보와 무관하게 같은 동포로서 검토해야 한다”며 “대북식량 지원은 확정된 상태고 어떻게 추진하느냐는 구체적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북한 발사체 3발이 탄도미사일이라는 주한미군의 결론과 관련해 정 실장은 “주한미군 사령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한미 양국 정부(입장)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재원에 관해 양국 정부가 긴밀히 분석 중이라는 게 한미 양국의 공식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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