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동권을 존중하는 보도를 요구하는 준칙을 제정했다.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새로 마련한 ‘노동보도 준칙’ 최종안을 확정했다. 최근 민주노총이 3개 매체의 취재 제한을 푼 데 따른 후속조치다.

준칙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존중하고 노동자에 대한 편견 없이 보도하라는 권고안 격이다. 머리말은 언론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약칭을 ‘민노총’이 아닌 ‘민주노총’이라고 쓰는 데서 노동존중 보도가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준칙 골자를 노동권과 노동조합, 노사관계 등 세 부문으로 나눴다.

준칙은 노동권 관련해선 독재정권 당시 용어 ‘근로’ 대신 노동을 사용하도록 했다. 노동자의 고용형태·성별·나이·장애·학력·종교·성적지향·국적과 관계없이 노동권을 존중하는 표현을 쓸 것을 명시했다. 예컨대 이주노동자를 자국중심적으로 일컫는 ‘용병’ ‘외국인노동자’ 등은 사용하지 말라고 권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을 △종업원 △근로자 △직원으로 바꿔 부르는 것도 사용자 위주 표현이다.

권위적 용어와 노동자·노조를 낮추는 말을 사용하지 않도록 정했다. 예를 들면 원하청의 위계관계를 누그러뜨리는 ‘협력업체’란 단어보다 ‘하청업체’를 쓰도록 했다. △철밥통 △간호원 △청소부 △가정부 △인부란 말이나, 외양이 ‘노동자풍’이란 노동비하 묘사도 마찬가지다.

▲ 민주노총은 지난 1월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공지문과 방송으로 8개 매체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공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지난 1월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공지문과 방송으로 8개 매체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공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산업별 노조 지향을 존중해, 기업별 노조 중심 표현(현대자노조)보다 산별노조 호칭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사용하길 권고했다. ‘노조설립’은 ‘(산별)노조가입’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집회·시위를 부정 묘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 집회 신고제 아래선 ‘불법집회’가 아닌 ‘미신고집회’가 맞다.

준칙은 노사관계를 둘러싼 보도를 할 땐 △귀족노조 △강성노조 △불법파업 △정치파업 등 노동3권을 무시하는 표현은 배제하도록 했다. 파업 진압을 ‘공권력 투입’이라고 부르거나, 법률에 없는 권리개념인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노동조합의 쟁의와 집회, 시위를 보도할 땐 그 이유와 배경을 밝힐 것도 명시했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내용의 준칙을 적용해 매체들의 노동보도를 모니터하고, 축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재매체를 추가하거나 뺄 예정이다.

현재 민주노총이 취재를 제한하는 매체는 조선, 중앙, 동아, TV조선, 채널A 등 5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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