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자사 기자의 칼럼이 전문가 글을 무단 도용해 논란이 일자 온라인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기자도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게 신중치 못했다”며 사과했다.

삭제된 칼럼은 민태원 의학전문기자가 지난 9일 ‘내일을 열며’ 연재란에 쓴 “낙태 허용과 준비 안 된 사회”란 제목의 글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낙태죄 법개정 작업을 앞두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면밀한 제도적 보완과 남성의 양육 책임 법제화가 필요하다 지적한 칼럼이다.

표절 논란은 칼럼 중 4개 단락에 걸쳐 있는 14개 문장이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이 쓴 문장과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모두 최 센터장이 기자에게 준 답변서와 강연에 쓰는 PPT(프레젠테이션) 자료 내용이었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최 센터장에 메일로 질의했고 최 센터장은 지난 2일 답변서 및 PPT 자료에 연구자료 3개를 첨부해 답했다.

▲ 5월16일 국민일보 2면에 올라온 사과문
▲ 5월16일 국민일보 2면에 올라온 사과문
▲ 지난 9일 '내일을 열며' 연재란에 올라온 "낙태 허용과 준비 안 된 사회" 칼럼. 현재 삭제됐다.
▲ 지난 9일 '내일을 열며' 연재란에 올라온 "낙태 허용과 준비 안 된 사회" 칼럼. 현재 삭제됐다.

최 센터장은 14개 문장이 ‘무단 복제’ 수준이라고 봤다. 특히 “준비 안 된 임신은 없다. 준비 안 된 사회가 있을 뿐”이란 마지막 문장은 최 센터장이 지난 10년간 기고나 강연에서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할 때 쓴 문구였다. 그 외 13개 문장도 동일했으나 최안나 센터장을 인용했단 출처는 없었다.

사과문은 최 센터장이 직접 문제제기해 작성됐다. 지난 13일 우연히 칼럼을 확인한 최 센터장은 국민일보와 기자에게 무단 도용 문제를 강하게 항의하며 기사 삭제과 출처를 밝힌 사과문 게재를 요구했다. 민 기자는 지난 14일 최 센터장을 만나 사과하고 온라인 기사를 삭제한 뒤 16일 2면에 사과문을 올렸다.

최 센터장은 “10년간 연구하고 강연하면서 축적된 자료를 취재를 돕고자 드린 건데, (기사가 그대로 있었다면) 앞으로 내가 강연하거나 기고할 때 이 분을 내가 표절을 한 게 된다”며 “타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건 자체로 잘못인데다 언론은 더 높은 수준의 윤리가 요구된다. 엄중한 문제라 판단해 적극 항의했다”고 밝혔다.

민 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획이나 인터뷰 기사를 준비 중에 최 센터장을 취재했는데 칼럼 순서가 돌아와 이 주제를 다뤘다. 기사를 썼으면 당연히 직·간접 인용 표시를 다 했을 텐데 칼럼이다보니 신중치 못하게 출처 표시를 하지 않고 글을 내보냈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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