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정 KBS 기자의 문재인 대통령 대담 인터뷰를 두고 안팎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비판 여론의 배경엔 박근혜 정부 때 견제와 감시에 소홀했던 언론이 문재인 정부 들어 열린 환경에서 반성 없이 언론자유만 누리려 한다는 국민 인식이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 뒤 귀국행 비행기에서 회견을 열고 외교에 한정해 질문 받겠다고 하자 언론은 소통 부족이라고 질타했지만 오히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 1월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가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고 ‘경제정책에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민 눈엔 권력 앞에 수그렸던 한국 언론의 잔상이 여전하다.

KBS 스스로가 보수 언론의 정부 비판 프레임에 갇혀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조선일보는 KBS와 사사건건 충돌 중이다. 조선일보는 KBS를 정권방송이라고 규정하거나 정권 눈치를 본다고 비난한다. 조선일보는 KBS의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의 이승만 폄하 방송, 산불재난방송 부실, 저널리즘 토크쇼 J 편향성 등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누가 봐도 KBS를 겨냥한 ‘공정성 잃은 지상파’ 기획기사에선 프로그램 진행자 김제동씨까지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2일자 사설에서 세간의 말을 옮겨 “공영방송이 군사정권 시절의 땡전뉴스처럼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대담 하루 앞에도 정권 홍보방송이 될 것이라며 KBS를 도마에 올렸다.

KBS 한 기자는 “이번 인터뷰 제작진은 KBS가 놓인 여러 정치적 공격으로부터 상당히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질문 구성, 소재 선정, 세부적인 어휘나 뉘앙스가 보수적 시각에 의한 한국 주류의 경제관과 보수적 정치관에서 세팅되면서 실패한 인터뷰”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송현정 KBS 기자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송현정 KBS 기자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결국 KBS는 조선일보와 보수세력을 의식해 언론의 역할을 다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오른쪽 기반의 질문만 던지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마다 좌우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는데, 송 기자는 모든 질문을 오른쪽 기반에서만 소화했다.

KBS 기자는 “최저임금 논란을 질문할 수 있지만, 실업률 대신 올라간 고용률로도 질문할 수 있었는데 우파가 썼던 비판을 위한 비판만으로 질문했다. 진보적 경제 관점에서 정부를 평가하는 시각은 거세당하고, 질문 대다수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깔아놓은 아젠다에 갇혀 버렸다”고 진단했다.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KBS=정권홍보방송’이란 프레임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또 다른 축인 ‘왼쪽’ 목소리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KBS 또 다른 관계자는 “두 번이나 방송을 봤는데도 어떻게 촛불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안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류 언론의 정치부 전문기자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취재해온 경험에만 익숙해 다양한 정치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류매체 상상력 한계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대담을 계기로 KBS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은 크지만 상업방송처럼 민첩하지도 않아 뉴스 수용자의 눈을 사로잡기 어렵고, 기존 뉴스 문법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BS가 놓인 난관 앞에 주류 언론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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