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

2003년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가 총신대학교 수요예배에서 한 말이다. 여성은 목사를 할 수 없다는 성차별 발상은 2019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독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이사장 김용민)는 1일 서울 마포 벙커원교회에서 ‘여성목사 안수 불허’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예장합동·예장고신 등 개신교단들이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도록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강호숙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는 “교회 안에선 설교·교육·행정·정치·교회헌법 등 어디에서도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성경적으로 가르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막상 총신대에 가보니 ‘남성신’을 믿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총신대에서 강의하다 지난 2016년 2월 부당해고 당했다. 2015년 12월 김영우 당시 총신대 총장이 참석한 총신대 신학대학원 송년회 자리에서 박유미 박사가 ‘여성목사 안수가 이뤄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김 총장은 준비했던 설교 대신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린도전서 14장34절)는 성결구절을 언급하며 박 박사의 기도를 반박했다.

▲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홈페이지
▲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홈페이지

이후 2016년 1학기 박 박사가 맡은 수업이 개설 유보되거나 폐지됐다. 송년회 자리에 있던 강 교수 역시 강의에서 배제됐다. 강 박사는 보수성향의 교단에서 최초로 교회 여성리더십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고, 이후 총신대에서 유일하게 여성학 교양과목을 강의하던 시강강사였다. 평소 눈엣가시였던 강 교수까지 배제한 것이다. 이후 강 교수는 시간강사였기 때문에 교원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없었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받았지만 강 교수는 총신대를 떠났다.

신학대학원부터 여성 차별

예장합동은 여성에게 목사안수만 안 주는 게 아니었다. 강 교수는 “총신대는 사립학교로 교육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예장합동 교단학교라며 교단의 논리로 차별한다”고 지적했다. 총신대는 여성이 신학을 가르칠 수 없어 강 교수는 교양과목만 맡았다. 자연스레 신학대학원에 여성교수는 없다. 하지만 여성들이 입학해 등록금을 내고 학위를 받을 순 있다. 강 교수는 “총신대는 여성을 적으로 만들고 차별해도 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페미니즘을 불온한 이념으로 본다”고 말했다.

▲ 1일 서울 마포 벙커원교회에서 열린 '여성 목사 안수 불허는 성경적인가' 토론회. 왼쪽부터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강호숙 전 총신대 강사, 양희삼 카타콤 목사,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장슬기 기자
▲ 1일 서울 마포 벙커원교회에서 열린 '여성 목사 안수 불허는 성경적인가' 토론회. 왼쪽부터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강호숙 전 총신대 강사, 양희삼 카타콤 목사,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장슬기 기자

여성목사를 막는 주요 근거는 뭘까. 평화나무는 예장합동 측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여성안수 불허의 근거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뿐 아니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디모데전서 2장12절),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고린도전서 11장3절) 등 성경 일부 구절이다.

양희삼 카타콤 목사는 “성경을 하나님의 법과 당시 문화적인 것으로 나눠서 해석해야 한다”며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는 내용이 성경에 있는데 여성차별 주장을 하는 분들은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2017년 총신대에서 나온 박사논문에 따르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부분은 (고린도전서를 쓴) 바울이 쓴 게 아니라 후대에 삽입된 구절”이라며 “당시에 방언하는 자들, 예언하는 자들, 여자들에게 잠잠하라고 했는데 소란을 피우는 일부에 대해 잠잠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성 위에 남성, 성범죄 해결 어려워

여성 목사가 없으니 교단 총회도 남성뿐이다. 강 교수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해야 하는데 기독교 신앙에서 남성이 헤드십을 가지니 여성을 성적으로 함부로 하기 쉬운 존재로 본다”며 “신적인 권위·영적 권위 등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단어 뒤에 숨어 못된 짓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2016년 성범죄발생 건수는 2만9289건이다. 가해자 중 3분의 1가량이 종교를 가졌고, 기독교 성범죄자는 4131건으로 천주교의 4배, 불교의 1.7배에 달했다. 2010~2016년 전문 직군별 성범죄검거 인원을 보면 전문직 5261명 중 종교인은 681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목사가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직업군이란 뜻이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로고
▲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로고

문제해결도 남성 목사들끼리 하는 구조다. 그루밍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담임목사가 건재한 인천 새소망교회, 삼일교회에서 성범죄로 쫓겨나면서도 퇴직금(전별금) 13억원을 받은 전병욱 목사 등은 여성목사가 없는 예장합동에서 벌어진 일이다. 강 교수는 “피해여성을 꽃뱀이나 이단으로 몰거나, 한 개인의 잘못을 파헤쳐 거룩한 총회를 욕되게 하느냐는 식의 ‘은닉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양 목사는 “이제 한국 교회는 자정이 불가능하다”며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 1조는 고용에서 남녀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했고, 헌법 15조에 누구나 직업선택의 자유, 30조에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본권이 보장돼 있다”며 “헌법소원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교회내부 법을 만들 필요도 있다.

▲ 1일 서울 마포 벙커원교회에서 열린 '여성 목사 안수 불허는 성경적인가' 토론회. 왼쪽부터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강호숙 전 총신대 강사, 양희삼 카타콤 목사,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장슬기 기자
▲ 1일 서울 마포 벙커원교회에서 열린 '여성 목사 안수 불허는 성경적인가' 토론회. 왼쪽부터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강호숙 전 총신대 강사, 양희삼 카타콤 목사,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장슬기 기자

여성목사 안수를 넘어 성평등 문화 자리잡아야

여성안수를 주는 교단이라고 해서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동등하진 않다고 했다. 국내 최초로 교단 내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한 한국기독교장로회의 경우 2015년 기준 여성 담임목사 수는 56명으로 전체 담임목사 중 5.6%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여성목사들이 유초등부 부서를 맡거나 사례비가 적은 등 주변적 리더십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목사는 “여성목사를 교회가 아닌 기관, 기도원 같은 곳에서만 사역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며 “여성목사 스스로가 남성못지 않은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은 “여성목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성적 발언을 하고, 여성 목회자가 여러명 있으면 비교하는 발언이 나온다”며 실질적인 성평등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도 “2030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며 “여성 리더십이 없으면 한국 교회의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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