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주 일가를 연일 비판하는 일간지 칼럼니스트가 있다.

한겨레 편집국장을 지낸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은 지난 30일 “‘조선일보 방 사장’ 일가의 패륜, 한국 언론의 수치②”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행태와 이들 앞에서 정의를 꼬부라뜨리는 검·경을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10년 전 장자연씨는 죽음으로써 성착취 가해자들을 고발했는데 검경은 ‘조선일보 방 사장’과 ‘아들’을 처벌하기는커녕 누군지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검찰은 엉뚱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한 국회의원 둘과 시민단체 인사 3명,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 모두 7명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30일자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칼럼.
▲ 지난달 30일자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칼럼.
이어 “언론이 그 영향력을 권력처럼 휘두르면 ‘언론권력’이 된다. 사주 일가의 행적뿐 아니라 최근 조선일보 지면에서도 그런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며 “국회 패스트트랙 국면에 쓴 ‘…선거법 날치기, 군사정부도 이러진 않았다’(4월26일치)라는 사설과 관련 보도가 압권이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명한 유정회나 정치 규제로 아예 출마를 봉쇄한 흑역사를 빼놓은 채 군사정권과 이번 사안을 단순 비교한 상상력이 우선 놀랍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과거 독재정권 부역 역사도 도마 위에 올렸다. 김 논설위원은 “100년이 돼가는 이 언론사가 역사의 굽이마다 보여온 문제적 보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일제하 친일보도뿐 아니라 불과 30여년 전 사주는 신군부 반란세력의 꼭두각시 조직에 참여해 쿠데타를 정당화했다. 신문은 ‘나보다 국가’를 앞세운다며 ‘인간 전두환’을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런 언론이 ‘1등’을 내세우는 현실은 한국 언론의 수치”라며 “언론과 수사기관마저 ‘조선일보 방 사장 일가를 어떻게 이기겠냐’며 무릎 꿇는다면 국가적 수치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달 9일자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칼럼.
▲ 지난달 9일자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칼럼.
지난 4월9일자 “‘조선일보 방 사장’ 일가의 패륜, 한국 언론의 수치①”에서도 김 논설위원은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을 거론하며 ‘언론권력’ 문제를 직격했다.

그는 “스타를 꿈꾸던 젊은 여배우가 성착취를 고발하며 목숨을 끊었다. 방 사장 일가는 장자연 사건에 3명이나 이름을 올렸다”며 “제삿날까지 불려나가 접대를 강요받았는데, 설사 당시엔 몰랐다 해도 지금쯤은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라도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한 언론학자는 ‘모든 시민은 자기 수준만큼의 언론을 갖는다’고 했다. 이런 사주 일가 앞에서 죽음의 진실조차 대수롭지 않게 꼬리 감추는 현실, 그런 언론이 ‘1등’을 자처하는 상황 자체가 한국 언론과 시민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지난 3월19일자 칼럼 “검경을 심판대 올린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에서도 ‘방 사장’을 겨냥했다. 그는 “장씨가 마지막 남긴 글에서 성접대를 강요받은 사실을 증언하면서 ‘조선일보 방 사장’이란 표현을 콕 집어 명시했는데도 검경 모두 ‘방 사장’ 앞에서 꼬리를 내렸다”며 “피해자는 성접대를 강요받은 사실을 폭로하며 목숨을 끊었는데 엉뚱하게 가해자는 제쳐두고 ‘방 사장’ 규명을 요구한 국회의원과 매니저 등만 기소했다. 두말할 것 없는 적반하장의 ‘왜곡 수사’”라고 비판했다.

결국 지난 5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해당 칼럼에 “한겨레는 칼럼에서 신청인(방상훈)이 장자연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임을 전제해 마치 신청인이 검경의 수사를 무산시킨 것 같은 왜곡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며 한겨레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보도를 청구했다. 방 사장 측은 “한겨레 보도는 금도를 벗어난 보도”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 왼쪽부터 방응모, 방일영, 방우영,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조선일보 사주 일가. 사진=미디어오늘
▲ 왼쪽부터 방응모, 방일영, 방우영,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조선일보 사주 일가. 사진=미디어오늘
김 논설위원은 2000년대 초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를 기획·제안한 언론인이다. 한겨레는 2001년 3월부터 두 달 동안 모두 25차례 70건의 시리즈 기사를 보도했다. 그때 김이택 사회부 차장 등은 심층 기획 기사로 한국 언론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보기로 뜻을 모았고, 사회부와 여론매체부를 중심으로 편집국 특별취재팀이 구성됐다.

이 연재 기획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반대에 밀려 세종로 앞 도로가 좁아지고 지하철 노선이 직선에서 곡선으로 둔갑한 사건 △조선일보사가 운영하는 코리아나호텔이 시유지를 무단으로 차지해 주차장 진입로로 사용한 사실 △사주 방씨 일가 묘역으로 주변 임야가 무단 훼손되고, 불법 진입로를 냈던 일 △전국 곳곳에서 사들인 땅 30여만 평 가운데 일부가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의혹이 있다는 사실 등이 폭로됐다.

이 밖에도 조선일보의 친일 역사, 독재 부역 역사도 다뤄졌다. 김 논설위원이 조선일보와 각을 세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된 기획인 셈이다. 김 논설위원은 1986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88년 창간과 함께 한겨레에 입사했다. 정치부 차장, 사회부장, 어젠다팀장, 편집국 수석부국장,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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