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 김상조) 내부 비리를 문제제기 한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이 낸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장 박은정)가 기각했다. 유 전 국장의 지적으로 공정위 내부 비리를 확인했는데도 공정위가 공익신고자를 불이익 조치했고,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며 시민단체들은 비판했다.

유 전 국장은 지난해 말 공정위가 유한킴벌리 입찰 담합사건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김상조 공정위원장, 지철호 부위원장 등 전현직 간부 10명을 고발하고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신청을 했다. 유 전 국장의 지적으로 공정위의 내부 문제가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공익신고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유 전 국장이 지적한 사건은 다음과 같다.

공정위는 2016년 3월 성신양회 등 7개 시멘트 회사 담합 사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해 5월 성신양회를 변호한 김앤장 쪽에서 성신양회가 적자라며 공정위에 과징금을 감경해달라고 했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437억원 중 200억원이상을 감경했다. 하지만 유 전 국장은 김앤장이 제출한 재무제표가 허위라는 걸 잡아내 감면을 취소했다. 해당 김앤장 변호사가 공정위에서 5년 간 일한 인사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유 전 국장에게도 주의조치를 내렸다.

유한킴벌리 담합 사건도 있다. 유한킴벌리 등이 2010~2013년 담합했는데 유한킴벌리는 2014년 이를 자진 신고했다. 담합행위 한 기업이 자진 신고할 경우 처벌을 감하거나 면하는 제도인 ‘리니언시’ 혜택으로 유한킴벌리는 2018년 2월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유 전 국장은 공정위가 유한킴벌리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담합 공소시효 5년을 넘긴 것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 등에게 보고했지만 묵살당하자 김 위원장 등 공정위 간부 10명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유 전 국장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유통회사인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을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조사를 축소하거나 조사결과를 은폐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말 유 전 국장은 김 위원장에게 이 사건 재조사·재심의 보고서를 올렸지만 처분시효·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는 게 유 전 국장 주장이다.

지난해 6월 검찰이 공정위 재취업 비리를 조사했는데 유 전 국장은 이 조사에 협조했다. 관련 재판에 유 전 국장의 진술조서가 사용되면서 공정위에서도 유 전 국장이 조사에 협조한 걸 알게 됐다. 검찰은 공정위 관련자 12명을 구속기소했다. 유 전 국장은 소위 ‘모난 돌’이 됐다.

유 전 국장은 공정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으로 회의를 녹음해 기록으로 남겨 법조계·재계와 유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 전 국장을 증인으로 불러 공정위가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하려고 만든 ‘회의록 지침’을 폐기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왼쪽)과 김상조 공정위원장.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왼쪽)과 김상조 공정위원장.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해당 국감을 전후로 공정위 직원 20여명이 “유 전 국장이 갑질했다”며 신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10일 유 전 국장을 직무정지했다. 다음달인 11월7일 유 전 국장은 헌법상 권리 침해라며 김 위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유 전 국장은 지난해 4월 이후로 심판관리실 구성원이 대부분 바뀌었는데 그때부터 전결권을 박탈당했고 사직압박이 있었는데 외부에서 온 계약직인 자신이 어떻게 갑질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유 전 국장은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창원지법에서 판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해 대전지법 등에 있다가 2014년 9월 개방직으로 공정위에 왔다.

유 전 국장은 지난해 말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를 신청했다. 경실련은 지난 2월말 권익위에 유 전 국장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해 보호하고 불이익조치를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인정을 미뤘고, 그 사이 지난 4월2일 김 위원장은 유 전 국장을 직위해제했다.

경실련은 지난 4월17일에도 “공정위는 직위해제 사유로 유선주 국장의 내부갑질 사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공익신고와는 무관한 것으로 권익위에서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연합도 지난 4월23일 “2016년 공정위 심의종결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공익침해행위를 한 기업을 법대로 행정처분하고 형사처벌 해야한다는 내부보고서마저 묵살됐다”며 “유선주 국장 보고서를 내부에서 지속해 묵살한 정황을 볼 때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국민을 위해 적법한 선택과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경실련 로고
▲ 경실련 로고

▲ 참여연대 로고
▲ 참여연대 로고

김상조 위원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에서도 비판 입장을 냈다. 김 위원장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24일 “유선주 심판관리관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및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에서 정한 공익신고자와 부패행위 신고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이 공정위와 권익위를 비판했지만 유 전 국장은 공정위와 권익위가 전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21·22일·29일 등 수차례 미디어오늘에 “권익위 는 공정위와 함께 처음부터 결론을 내놓고 시간만 끌고 있다”며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로 받아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권익위 쪽에서 처음부터 입증책임을 유 전 국장에게 떠넘기는 등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국민권익위원회 로고
▲ 국민권익위원회 로고

실제 권익위는 4월30일 유 전 국장의 공익보호자 신청을 기각했다. 권익위는 “유 전 국장이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자료제출 및 진술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행위가 공익신고로 인정되지만 그의 보호조치 및 불이익 조치 금지 신청은 공익신고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를 보면 공익신고 등이 있은 후 2년 이내에 공익신고자 등에 대해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공익신고로 불이익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유 전 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에 “권익위가 결정문 통보하면 (불복)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시민단체들도 반발했다.

경실련은 이날 “유선주 전 국장에 대한 불이익행위들(내부 직원들의 집단 신고·서명, 직무 정지, 직위해제처분)이 공정위의 내부 비리를 검찰에 신고해 12명의 전·현직 임원들이 기소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심지어 유 전 국장이 국감에서 증언한 이후 추가적인 인사상 불이익과 관련된 내부 직원들의 신고를 받아 확대·본격화한 걸 보면 확인할 수 있다”며 “권익위는 내부 비리를 폭로한 공무원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익위가 시간을 끌었다고도 지적했다. 경실련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령 제16조 제1항을 보면 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보호조치 결정 및 보호조치 권고해야 한다”며 “그런데 유 전 국장이 공익신고를 접수한 날로부터 130일이 경과한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각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김경율)는 이날 공정위에 유 전 국장이 주장했던 가습기살균제 사건 은폐시도, 성신양회 과징금 부당 감경, 외부자 면담지침 개정 왜곡 등 의혹에 대해 사실확인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참여연대는 “적폐청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1호 공약”이라며 “과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성찰 없이 어떤 개혁도 이룰 수 없다”며 성실한 답변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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