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를 놓고 EBS가 지난 29일 EBS 감사에 특별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 감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이종풍)는 김명중 EBS 사장이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꼽히는 박치형 EBS 부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돌연 거부하는 등 노사 협상을 일방 파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임명된 박 부사장은 2013년 반민특위 다큐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을 하던 담당 연출자 김진혁 전 EBS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내부에서 평가되는 인물이다. 제작 중단 사태 이후 김 전 PD는 그해 6월 사표를 제출하고 EBS를 떠났다.

박 부사장은 지난 24일 미디어오늘에 “논란의 국면에서 EBS 경영진에 먼저 사표를 던지진 못했지만 제작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면 내가 본부장직을 계속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전했다”며 자신을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지목하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책임이 있다면 신용섭 전 EBS 사장 등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박 부사장은 2013년 당시 제작을 총괄하던 평생교육본부장(현 방송제작본부장)이었다.

▲ 박치형 EBS 신임 부사장(왼쪽)과 김진혁 전 EBS PD. 박 부사장은 2013년 반민특위 다큐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을 하던 담당 연출자 김진혁 전 EBS PD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내부에서 평가되는 인물이다. 사진=EBS·미디어오늘
▲ 박치형 EBS 신임 부사장(왼쪽)과 김진혁 전 EBS PD. 박 부사장은 2013년 반민특위 다큐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을 하던 담당 연출자 김진혁 전 EBS PD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내부에서 평가되는 인물이다. 사진=EBS·미디어오늘
30일 언론노조 EBS지부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 1주일 EBS 노사는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신임 투표를 통해 박 부사장 사퇴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조정안으로 확정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10일 동안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결과 발표 즉시 박 부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진행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 감사는 신임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노·사 동수로 제작 중단 사태 등에 대한 진상조사위를 개최하되, 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으면 노사가 각각 결과를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부사장·부서장 임명 동의 및 중간 평가를 제도화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박 부사장이 신임 투표를 거부하더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돌연 특별감사 청구를 선언했다. 이에 노조는 “자신의 입으로 신임 투표를 수용한다고 말해놓고 노사 간에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판을 깼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박 부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수용한다는 의사 표명을 했던 것은 김 사장 본인도 분명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며 “(박 부사장의) 자진 사퇴를 권유하거나 해임시키면 될 일인데 박 부사장이 법적 대응을 운운하고 나서니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봐 황급히 신임 투표를 없던 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별감사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노조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내려 보낸 김 사장이 현재 박 부사장을 비호하고 있는데 방통위에서 내려 보낸 EBS 상임 감사가 진행하는 특별감사라니 믿을 수 있겠느냐”며 “질질 시간을 끌며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거나 책임을 엉뚱한 사람에게 떠넘겨 박 부사장을 면책시키는 물타기 감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지난 18일 조경식 전 방통위 사무처장을 EBS 상임감사에 임명했다. 그동안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방통위 출신 관료들이 나눠먹기식으로 EBS 사장, 부사장, 감사에 임명되는 것을 우려해 왔다.

반면 김 사장은 30일 특별감사 청구 소식을 전하며 “EBS 방송의 공영성 훼손에 관한 문제 제기는 현재 재정 적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다시는 이런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 중단 사태 이후 회사를 떠났던 김진혁 전 EBS PD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임 부사장(박치형)이 제작 중단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밝혀졌다. 그런데도 굳이 다시 조사한다는 건 마치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며 “(김 사장이) 박 부사장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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