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대치에만 집중한 채 패스트트랙 탄 법안 내용을 쉽게 알려주는 언론은 드물었다. 해당 법안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 보도한 언론도 드물었다. 덕분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막판에 바른미래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까지 올려 국민들 혼란은 더했다. 수시간 만에 돌발적으로 두개의 공수처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는 보도는 많지 않았다.

29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안보라 아나운서는 “솔직히 말씀드려 법안도 복잡한데 어려워요. 공수처법을 놓고 두갈래로 나눠진거죠. 어떻게 다른 겁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변상욱 진행자는 그래픽으로 수사대상과 인사권, 기소권에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여야4당 합의문이 나왔을 때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편안을 설명하는 보도가 나왔지만 패스트트랙 국면에 돌입하자 정보 전달성 보도는 사라지고 급속히 대치 상황 중계보도가 늘었다.

지난달 24~30일까지 종합일간지 10개 매체에서 ‘패스트트랙’을 다룬 보도는 모두 415건이었다. 이중 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의 가치를 따지고 부족한 점을 지적한 보도는 드물었다.

대신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여야가 얻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분석하고 내년 총선을 전망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인간 바리케이트’, ‘전쟁’ ‘사생결단’, ‘정치실종’ 등 험한 단어로 국회 대치를 중계하는 보도도 상당했다. 지난 일주일 ‘동물국회’와 ‘난장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는 각각 56건, 41건이었다. 한 종합일간지의 1면 사진 제목은 ‘막 내린 6일 전쟁’이었다. 언론이 극한대치 상황이라고 반복 중계하면서 갈등의 판만 키우고 뉴스 수용자 입장을 외면해버렸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등이 26일 국회 본청 7층에서 의안과 문을 봉쇄하고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등이 26일 국회 본청 7층에서 의안과 문을 봉쇄하고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했던 보도로는 지난달 25일 한국일보 기사를 들 수 있다. 한국일보는 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한 정당이 10%를 득표율을 얻었을 때 가상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따져 보여줬다. 전국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지역구 당선자 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 기준 의석 수도 설명했다. 한국일보도 스스로 “선거제도가 복잡해 유권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안에 의석 배분에 대한 산식이 6개나 포함됐는데, 산식이 접힌 법안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검경수사권 조정안 내용을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한겨레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논란이 됐지만, 국민이 겪을 변화의 크기로 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이 공수처보다 훨씬 파급력이 크다”면서 검경소위에서 논의했던 내용이 새롭게 반영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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