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국회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 정당은 여론의 호응을 얻기 위해 물 밑에서 유리한 프레임을 짜고 적극적 여론전을 펴고 있다. 

“불법점거농성” 부각 민주당, SNS 지침도?

국회에서 극한 대치 상황이 벌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폭력성’을 강조하며 규탄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5일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비상대기를 요청하며 회의장 곳곳을 봉쇄한 한국당을 가리켜 “불법점거 농성”이라고 했다.

25일 오후 곳곳에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명의로 된 문자메시지 내용이 기자들에게 퍼졌다. 이 메시지는 “보좌진 여러분들께서는 자유한국당의 점거 행위와 불법행위를 사진 촬영, 동영상으로 촬영해주시고 개인SNS와 의원님들의 공식계정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후 민보협측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 사법개혁특위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 국회 245호 앞을 봉쇄한 자유한국당 당직자들. 사진=미디어오늘.
▲ 사법개혁특위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 국회 245호 앞을 봉쇄한 자유한국당 당직자들. 사진=미디어오늘.

이어 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한보협) 명의로 ‘대응’ 문자도 등장했다. 한보협은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것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는 명백하고 위중한 초상권 침해범죄”라며 무단 촬영이 이뤄질 경우 협의회에 신고하라고 했다.

“여성 전원 모여” 한국당 총동원령

한국당은 25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성추행 논란을 계기로 프레임을 전환했다. 그전까지는 패스트트랙을 좌파독재를 위한 발판으로 규정하는 데 힘을 쏟았고,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사보임에 맞서며 국회법 위반을 부각했으나 이때부터는 ‘성추행 논란’을 적극 쟁점화했다. 24일부터 25일 오후 6시까지 한국당이 발표한 관련 입장만 7건에 달했다.

한국당은 24일 오후 4시 문희상 의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수 많은 여성들이 백장미를 들고 규탄 목소리를 냈는데 이 기자회견을 위해 한국당은 사실상 여성 총동원령을 내렸다. 한국당은 문자 공지를 통해 백장미 50송이를 준비했고 기자회견장 예약을 완료했다고 알리며 여성 의원, 여성 당직자, 여성 보좌진 전원 소집을 요구했다.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행진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행진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한국당은 이번 추행 논란과 관련해 언론도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내고 “국회의장의 있을 수 없는 행동이 담긴 건 언론의 카메라다. 언론이 목격자”라며 “일부 언론은 항의방문이 문제라는 논조를 늘어놓는가하면 심지어 국회의장에게 참기 어려운 모욕을 당한 순간을 희화화까지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은 누구 편? 여론조사라는 무기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회의 발언, 인터뷰, SNS 채널 등을 활용해 패스트트랙의 정당성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자유한국당은 같은 방식으로 패스트트랙의 부당함을 강조한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한국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4일 오전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패스트트랙에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10%이상 앞섰다. 직후 여의도연구원은 패스트트랙과 연동형비례제에 반대 의견이 더 높은 여론조사를 내놓았다. 이후부터는 두 여론조사를 함께 인용하는 보도가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24일 “저희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와 판이하게 다르게 나왔다”며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공격했다. 같은 날 오후  YTN에 출연한 장제원 의원은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언급되자 한국당 여론조사로 맞받아쳤다. 사회자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인지 묻자 “등록했기 때문에 발표한다”고 했다.

▲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보도자료 내용.
▲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보도자료 내용.

그러나 이 여론조사는 여의도연구원 사이트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무슨 질문을 한 여론조사인지 알 수 없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25일 수차례 여의도연구원 담당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로 질문이 아닌 답변 보기를 공개했는데 이 내용만 보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비례대표제 개편과 관련해 여야 4당 합의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되’라고 소개한 반면 한국당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로 시작한다. 비례대표제의 특성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국회의원 정수를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찬반 문항 보기에서 찬성 의견 설명은 ‘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를 강조했고 반대의 경우 ‘국회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라고 쓰면서 한국당의 입장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당장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를 여러 언론이 인용보도하고 리얼미터 결과와 대조하면서 한국당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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