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의겸 전 대변인 낙마 후 한달여 만에 고민정 부대변인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고민정 신임 대변인은 청와대의 최연소 비서관이자, 문재인 정부의 첫 여성대변인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만큼 대통령 행사 사회를 도맡았고 김정숙 여사의 행사를 책임져오면서 매끄럽고 뚜렷한 목소리로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변인이 아닌 부대변인으로서 역할이었지만 이제 대변인으로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공식적이고 책임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 대변인의 과거 행적이 새삼 재조명받고 있다. 고 대변인은 1979년 서울 출생으로 만 39세다. 대변인으로서 비교적 젊다. 윤도한 수석은 고 대변인이 청와대 내에서 가장 젊은 여성 비서관으로 여러 세대 다양한 계층과 잘 소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분당고 경희대를 나와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그가 KBS에 있을 때 2005년부터 TV에서 ‘인간극장’, ‘국악한마당’, ‘스펀지’, ‘특명 공개수배’, ‘무한지대 큐’, ‘특명 공개수배’, ‘생로병사의 비밀’, ‘생방송 오늘’ 등을 진행했고, 라디오 ‘고민정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2007~2009)’와 ‘고민정의 야인시대’ 등을 진행했다.

이같은 방송사 프로그램 진행 아나운서로서의 이력보다 고 대변인이 주목을 받은 것은 KBS가 이른바 MB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을 때 이에 저항하던 아나운서 가운데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연주 KBS 사장을 강제로 몰아낸 뒤 새 사장을 앉히면서 많은 갈등을 빚었고, 이른바 KBS 새노조(현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에 참여한 기자, PD, 아나운서를 징계하려 할 때 함께 싸운 아나운서였다.

지난 2008년 8월1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연주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재가하자 이날 오후 KBS 시청자광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출범식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공동사회를 봤다. 당시 고민정 아나운서 “지난 한 달 너무 많이 고민해왔다. 언론인으로서 참된 진실과 희망을 알리고자 꿈을 갖고 들어왔으나 지난 한 달 너무 어려운 시간이었다. 지난 금요일 보지 말아야 할 광경들을 봤다. 선배들이 지켜온 KBS를 지켜가겠다는 바람으로 참석했다”고 털어놨다.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24일 청와대라이브에 출연해 국가유공자 예우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라이브 영상 갈무리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24일 청와대라이브에 출연해 국가유공자 예우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라이브 영상 갈무리
그로부터 2년 뒤인 2010년 KBS가 새노조 파업 때 가담한 기자, PD, 아나운서 등을 대규모 징계하겠다고 나서자 고민정 아나운서가 트위터에서 쓴 글이 주목을 받았다. KBS가 당시 아나운서 파업참가자 17명 중 14명(정세진 김윤지 김태규 이재후 홍소연 이상호 이상엽 이광용 이형걸 최승돈 김현태 이해수 최인희)을 징계 대상에 넣었다. 

그러자 고민정 아나운서 그해 12월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매서운 칼바람은 바깥에 부는 바람이 아니라 매정하게 제식구를 자르려는 KBS 안에 있었다”고 비판했다. 고 아나운서는 “우린 언제까지 그냥 회사원이어야 하나”라며 “언론인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런 KBS인이 되면 안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당장 내일이 편한 삶 말고 평생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삶이 그렇게도 이해할 수 없는 건가”라며 “따지지도 말라, 흥분하지도 말라! 우린 기계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은 권력의 나팔수가 아닌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못했을 때 자기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고민정 대변인은 아나운서 시절 그것이 자랑스런 KBS인으로 생각하고 각종 파업과 저항에 동참했다.

하지만 고민정 아나운서는 이제 청와대의 입, 대통령의 입이 됐다. 대통령의 대변인으로서 KBS의 공정방송을 포함해 모든 언론의 비판과 감시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자리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언론이나 주류매체와 유착해서도 안되는 불가근불가원의 자리도 지켜야 한다. 이젠 권력의 방송장악에 저항하던 시절과 정반대의 위치에서 언론과 국민을 상대해야 한다. 위치는 정반대이지만 그 정신은 당시와 달라져서는 안된다. 그런 정신을 지킬지 주목된다. 언론자유 보장과 권언유착 경계의 칼날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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