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신문기사를 보면 기사 작성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 1980년대부터 해설기사 등에 차츰 기자이름을 밝히기 시작했다. 1993년 4월1일 조선일보는 최초로 신문기사에 작성기자 이름을 밝히는 ‘기사실명제’를 공식 실시했다. 이후 기사실명제는 당연한 원칙이 됐다. 이젠 매체이름이 아닌 기자이름을 검색하는 시대가 왔다. 기사에 달린 기자이름은 그 자체로 중요한 정보다.

시사주간지 일요서울은 최근 일부 기사에 신문사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을 실제 기자처럼 적고 허위 이메일 주소를 붙였다. 이른바 ‘유령기자’의 존재가 공식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 계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요서울 기자들이 회사 승인없이 ‘유령기자’를 만들 순 없다. 이를 지시 또는 묵인한 편집국 간부가 있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유령기자’ 인정하지만 책임자는 아직

일요서울 측은 지난 15일 미디어오늘의 첫 취재 때부터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지난 24일 오후 장성훈 일요서울 편집국장이 처음으로 관련 입장을 냈다. 장 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온라인 기사의 경우 주로 팀장들이 데스킹 본 뒤 출고하고 나는 지면편집에 집중하기 때문에 ‘유령기자’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 시사주간지 일요서울.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 시사주간지 일요서울.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장 국장은 미디어오늘이 ‘유령기자’로 추정한 김원희·김별·이대희·정재현 등의 기자가 실제 일요서울에 없다고 인정하며 “(실제 기자가) 필명으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또한 “(허위 이메일이) 기술적인 문제로 벌어진 일인데 관련사실을 조사 중”이라며 “물론 관리감독의 최종 책임은 편집국장인 내게 있다”고 했다. 아직 누굴 징계위원회(인사위원회)에 올릴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표절기자의 고속승진, 3년만에 차장대우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일요서울 사내이사이자 정치부 소속인 고아무개 기자는 다수 기사를 표절했다고 보도했다. 역시 장 국장은 “표절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고 기자는 2016년 2월 일요서울에 입사했다. 만 3년이 채 안 된 2019년 1월10일 차장대우로 승진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신문사·방송사 할 것 없이 중대형 언론사의 경우 보통 12~14년차 기자가 차장대우를 달았고, 상대적으로 승진이 빠른 소규모 언론사라도 만 3년된 기자가 차장대우를 다는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장 국장은 “신문사도 일종의 사기업이기 때문에 능력에 따라 진급을 빨리 할 수 있고, 주간지 쪽에는 어느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 차장대우를 받을 수 있다더라”며 “고 기자를 3년 지켜봤는데 기사를 잘 썼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차장대우 승진 전 고 기자 기사를 확인했다. 차장대우 승진 전에도 표절을 다수 발견했다.

한 예로 고 기자가 지난 1월4일 쓴 “[대한민국 탈원전 선언의 민낯 ③] 한국농어촌공사 7조 저수지 태양광 사업 실태”란 기사를 보면 정치권의 한 관계자의 말이라며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지난 2월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을 태양광사업에 목적을 두고(후략)”이라고 전했다. 이는 2018년 11월28일 프레시안이 보도한 표현과 완전히 같았다.

최 전 사장이 취임한 게 2018년 2월이고 고 기자가 기사를 작성한 건 2019년 1월이다. 따라서 ‘지난해 2월’로 표현한다. 즉 2018년 기사를 2019년에 베끼면서 시간을 표현한 부분까지 그대로 옮긴 것이다. 고 기자는 같은 기사에서 2018년을 뜻하는 나머지 표현의 경우 모두 ‘지난 X월’이 아닌 ‘지난해 X월’로 썼다. 최소한의 데스킹을 거치지 않은 기사라고 볼 수 있다. 6일 뒤 고 기자는 차장대우로 승진했다.

장 국장은 고 기자 승진은 인사권자(일요서울 대표)의 판단임을 전제하면서도 “일요서울 정치부의 허리가 약하다. 그래서 책임감도 지워주고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차장대우를 준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 기자는 출근하지 않고 있다. 장 국장은 “일단 휴가처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25일 현재까지 관련 질문에 답을 주지 않고 있다.

▲ 일요서울 로고
▲ 일요서울 로고

장 국장은 확실하게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고 기자가 일요서울) 회장 아들이라서 봐줬다는 둥 이런 얘기가 안 나오게 확실하게 징계하겠다”며 “(표절 등을) 확인하지 못했고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관리책임이 내게 있어서 나도 징계위에 같이 올라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인사위 일정을 통보받지 않았고, 인사위원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장 국장은 지난 2016년 4월 일요서울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다. 일요서울에 따르면 장 국장은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88년 미주한국일보 LA본사 정치부 기자로 언론계 입문했고 미주중앙일보와 국내 한국일보·일간스포츠·스포츠투데이 등에서 부장·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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