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기레기 추적자’ 페이지에는 거의 매일 한 두 개의 포스팅이 올라온다.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의 표절 기사 사건이나 MBN‧연합뉴스TV의 자막 실수 사건, KBS 강원 산불 재난 당시 ‘강릉에서 고성인 척’ 하며 보도를 한 사건 등을 빠짐없이 다뤘다. 한 포스팅에 3~4개의 기사 제목과 텍스트 캡처가 올라오고 한두 줄 짧은 글이 첨부된다. 페이지 운영 1년 반 정도가 지난 현재 팔로워 수는 7800여 명이다. 미디어오늘은 ‘기레기 추적자’는 왜 이런 포스팅을 하는지 물어봤다. ‘기레기 추적자’ 운영자와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페이스북 페이지 ‘기레기 추적자’ 운영자와 나눈 일문일답.

-언론 감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정치적으로 가장 보수적이라는 구미에서도 살았다. 그러다 20살 이후 대학을 가고, 지금껏 내가 알아온 세상과 너무 다른 면을 마주하게 됐다. 그때부터 한동안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정치든 사회든 뭐든 간에 내가 알아온 세상과 어른이 돼 만난 세상은 너무 달랐다. 도대체 이 큰 간극은 어디서 온 걸까 고민하게 됐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국 언론에서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 페이스북 '기레기 추적자' 페이지.
▲ 페이스북 '기레기 추적자' 페이지.
-언론에서 답을 찾았다는 의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언론은 중립인가’라는 의문에 ‘아니다’라는 답으로 가까워졌다. 중립적이라는 건 사실 없는 것 같다. 건조하게 사건 개요만 전달하면 그게 중립이냐. 옳고 그름은 독자에게 맡긴다는 미명 아래 언론인들이 직무유기를 하는 건 아닌가.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하는 논조의 기사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특정 사안을 다룰 때 교묘한 워딩으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게 눈에 보였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전형적인 정치 혐오 워딩이었다. ‘그놈이 그놈’이란 생각을 만들어내는 게 나쁘다고 본다. 일부 언론인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맞고 틀리고가 보이는 간단한 일에도 ‘정치 공방’으로 만들어 버린다.

기자도 사실 직장인인 것처럼 기사를 접하는 일반인들도 다들 생활인들이라서 바쁘다. 개별 사안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없어서 나대신 질문해주고, 나대신 정리해서 알려달라고 맡긴 직업군이 기자다. 그러면 제대로 말해줘야 하는데 맨날 ‘이놈도 나쁘고 저놈도 나쁘다’는 식의 기사가 너무 많다.”

-정치 보도 외 어떤 보도들이 그런 문제를 갖고 있나?

“가령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가 있다. 국민의 80% 가까이가 지지하는 사안인데도 아직 진척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데 언론이 그 이유와 관련해 정확히 어떤 당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 훼방을 놨는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는다. 이것도 기자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된 계기는?

“7~8년 전 개인 계정을 통해 언론 문제를 가볍게 풍자하며 사진을 올리거나 이른바 ‘까는 글’들을 자주 게시했다. 그 과정을 재미있어 하며 지지해 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 때였다. 말조심해야 무사하다는 걸 은연 중에 느끼던 때였다. 개의치 않고 계속 올렸다. 그러다가 개인 계정이 막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누군가의 신고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글을 내리라는 등의 메시지도 자주 받았었기 때문에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고, 더 많은 사람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기레기 추적자’를 만들게 됐다.”

-어느 정도 밝혀줄 수 있는 신상정보가 있을까? 언론인이라거나.

“언론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다. 교육계에 종사 중인 30대 여성이다.”

-최근 가장 놀랐던, 혹은 흥미로웠던 언론 행태를 꼽아줄 수 있나?

“최근에 가장 놀랐던 건 중앙일보의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라는 칼럼이다. 기자들 스펙트럼이 워낙 넓으니 좋은 기자, 나쁜 기자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번역기를 돌려서 월급을 받아먹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페이지에는 ‘월급 루팡’이라고 올렸다. 사건 초기 사과 없이 삭제를 먼저 하는 걸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과한 지금도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 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 기사(편집자주 : 주 52시간 시행 이후 간장게장 먹자골목이 조용해졌다는 르포 기사)도 황당했다.”

[관련 기사: 간장게장 골목 ‘썰렁’ 기사에 사람들은 왜 분노할까]

▲ 페이스북 '기레기 추적자'의 페이지.
▲ 페이스북 '기레기 추적자'의 페이지.
-하루 페이지를 운영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쓰나?

“페이지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건 아니다. 여러 매체에서 소스를 얻어 관련 기사를 찾아 캡처한다. 스스로 기사를 읽다가 메모해두기도 한다. 관련 정보를 보는 걸 좋아한다. 주로 직장에서 화장실 갈 때 하나씩 포스팅하는 편이다.”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은?

“중앙일보가 버닝썬 관련 보도를 하면서 ‘초등생 콜걸’이란 워딩을 썼다. 적절해 보이지 않아 바로 캡처해 올렸다. 많은 분이 함께 분노해 주셨는데 바로 타이틀 제목이 수정됐다. 잘못된 걸 지적하고 함께 공론화해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다. 후회하면 그만하면 된다.”

-더 하고 싶은 말은?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이전 정부 때와 논조가 다른 걸 보면 우습다. 예전처럼 펜대 굴려가며 이 나라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일부 언론들이 영향력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싶다. 너무 진지하지 않고 위트 있게. 그래서 더 다양한 연령층이 쉽고 재미있게 세상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면 더 바랄 바 없다. 잘못된 기사의 모순점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고 공유해 사람들과 함께 낄낄대고 싶다. 즐거워야 버티고 함께 버텨야 결국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 언론이 쉽게 바뀔 거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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