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는 CBS 최초 아나운서 출신 노조위원장이라 주목하시지만, 냉정히 저는 ‘스타’ 앵커는 전혀 아니지 않나. CBS에 좀 더 책임감을 느낀 조합원으로 노조위원장 선거에 임했고 감사히도 조합원들 선택을 받았다.”

18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21대 전국언론노조 CBS 지부장으로 선출된 박재홍 CBS 아나운서의 말이다. 언론노조 CBS지부(이하 CBS지부)에서 아나운서 출신 노조위원장 당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5일 지부장 선거에서 284명이 투표한 가운데 (총 유권자 333명) 94.7%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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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자는 “노조위원장을 하면 청취자들에게 잊힐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 방송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으나 CBS에 고마운 마음도 많고, CBS가 위기라고 느껴지는 상황에 현장에 들어가서 바꿀 수 있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 18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박재홍 전국언론노동조합 CBS 지부 노조위원장 당선인. 사진=정민경 기자.
▲ 18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박재홍 전국언론노동조합 CBS 지부 노조위원장 당선인. 사진=정민경 기자.
그는 노조위원장 후보로 출마할 때 ‘꿈이 있는 노동, 노동이 행복한 CBS’라는 제목의 정견문을 발표했다. 그 핵심 공약은 △임금인상 △근무문화 혁신 △한용길 사장 중간평가 △리더십 교체였다.

가장 먼저 내세운 공약인 만큼 CBS 노조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도 ‘임금 인상’을 꼽았다. 박 당선자는 “CBS 노조는 4년 동안 임금인상을 하지 않았다. 조합원들 복지와 임금 여건을 개선은 가장 강력한 노조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임금인상과 함께 올 7월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근로조건 개정도 시급하다. CBS는 현재 ‘주 52시간 TF’로 노사가 각 조직의 근무 상황을 통계로 취합하고, 적용 가능한 유연근무제를 검토 중이다. 구체적 안 마련을 위해 4월 한 달간 조직별 실제 근무시간을 점검하고 분석한다.

박 당선인은 CBS의 근무문화 혁신을 통해 주 52시간에도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근태’ 중심이 아니라 ‘임무’ 중심으로 CBS를 바꿔나가겠다는 것. 

그는 “여전히 근무시간을 ‘9시부터 6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율 출근제’ 논의는 성급하지만 아이가 있는 조합원 등을 생각하면 양육과 연계할 유연한 노동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특히 ‘여성 경력단절’과 관련해 언론사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CBS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을 언급하며 회사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대응 매뉴얼도 정비하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지역 CBS에서 생긴 성희롱 사건에 회사가 대응을 빠르게, 제대로 하지 못했다. 피해 당사자인 PD를 노조위원장 되기 전 지역을 돌며 만나 뵈었고, 조금 더 편안해진 모습으로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에서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을 때 회사가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상태인데 타사 사례를 참고해 규정을 명문화,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전남CBS 성희롱 피해자, 강원CBS로 복귀]

박 당선인은 당선 전 10개가 넘는 지역 CBS를 돌아다니며 지역 조합원들 얘기를 들었다. 그는 “자치국이었던 지역 CBS가 직할 국으로 전환되면서 노조원 수가 크게 늘었다. 노조의 힘도 더 강해질 것 같다”며 “지역 CBS 조합원들 이야기도 귀 기울이고, 지역 간 콘텐츠 교류도 활발해졌으면 한다. 앉은 자리에 퍼지지 않는 엉덩이가 무겁지않은 노조위원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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