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비행기가 우리들의 노동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노동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려는 사업주가 있습니다. 그 사업주를 규탄하기 위해 우리는 모였습니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노동자 200여명이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 모였다. 한국공항(대표이사 강영식)의 하청업체 노조탄압 정황에 대해 모회사인 대한항공에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파업하고 삭발 결의대회를 연 뒤 본사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손배 철회·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공항의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대한 대한항공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손배 철회·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공항의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대한 대한항공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손배 철회·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공항의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대한 대한항공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손배 철회·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공항의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대한 대한항공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이케이맨파워노조, 지부장 김태일) 조합원들은 대한항공의 2차 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 소속이다. 이들은 다수가 50대 여성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대한항공 자회사로 지상업무를 도맡는 한국공항은 기내 청소와 수화물, 세탁 등 서비스를 다시 12개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케이맨파워는 이 가운데 하나로, 비행기 객실 청소 용역을 맡는다.

원청인 한국공항은 최근 이케이맨파워 사측이 노조 무력화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노조가 공개한 한국공항 문건 ‘협력사 관리개선 TF 운영 및 점검 계획안’에는 이케이맨파워가 노조의 파업에 △대체인력을 운영하고 △조합원 손배가압류를 진행하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가입인원 관리 현황을 보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ILO 핵심협약을 들며 원하청의 ‘노조탄압 합작 시도’를 규탄했다. 최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98호(단결권‧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는 ‘사측이 무엇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사측이 △사용자 이익에 부합하게 노조를 만들거나 △특정 노조를 지원하거나 △노조활동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행위는 현행법도 위반하지만 핵심협약에 따르면 더더욱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손배 철회·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결의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손배 철회·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결의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노조탄압 의혹에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이케이맨파워노조 조직부장은 “최고원청인 대한항공은 자회사가 이런 일에 가담한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 대한항공이 직접 책임 져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은 원하청에 △손배가압류 즉각 철회 △노동부 판정에 따라 체불임금 납입 △노동자 생명‧안전권을 위한 산업안전대책 수립 △임금교섭 성실히 참여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원청개입 노조탄압, 대한항공이 책임져라’ ‘한국공항 처벌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김태일 지부장·김정경 부지부장·배상철 조직부장·김춘심 쟁의부장은 이날 한국공항의 하청업체(이케이맨파워)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최고원청인 대한항공의 책임을 촉구하며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삭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김정경 부지부장이 삭발의식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김태일 지부장·김정경 부지부장·배상철 조직부장·김춘심 쟁의부장은 이날 한국공항의 하청업체(이케이맨파워)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최고원청인 대한항공의 책임을 촉구하며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삭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김정경 부지부장이 삭발의식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삭발 결의대회를 마친 직후 김정경 부지부장과 김춘심 쟁의부장이 눈물을 보이는 동료 조합원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삭발 결의대회를 마친 직후 김정경 부지부장과 김춘심 쟁의부장이 눈물을 보이는 동료 조합원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케이맨파워노조 간부 4명은 이날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동료 조합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영수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연대발언에 나서 “‘대한항공 노동자’ 투쟁이라면 알기 쉽다. 근데 한국공항에다, ‘무슨무슨 맨파워’라는 하청업체가 끼여 있다.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권한 없는 하청업체에도 대항해야 해 너무 복잡하다. 우리 비정규 노동자들의 싸움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거기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국공항의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하청의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 우리(대한항공)가 파악하거나 입장을 발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본사 정문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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