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자회사 한국공항이 지난해 파업에 들어간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노조탄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파업때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손배가압류 진행하는 등 하청업체의 무력화 작업을 보고 받았다는 의혹이다. 노조는 원하청을 노동청에 고발한 뒤 17일 최고 원청인 대한항공을 상대로 규탄에 나선다.

‘이케이맨파워’는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으로부터 비행기 객실 청소 용역을 맡은 2차 하청업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은 업무 기내 청소와 수화물, 세탁 등 서비스를 다시 12개 하청업체에 맡긴다.

▲ 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의 3개 노조가 ‘대한항공 하청노동자 노란조끼 공동행동’을 만들고 지난 1월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의 3개 노조가 ‘대한항공 하청노동자 노란조끼 공동행동’을 만들고 지난 1월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케이맨파워노조(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지부장 김태일) 조합원들은 지난해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돼 파업에 들어갔다.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파업이었다. 조합원들은 지켜지지 않던 휴게시간(점심시간)을 준수하고, 기내 오물·담요·생수 등 중량물 운반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

이에 이케이맨파워는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원청인 한국공항이 이에 관여한 문건이 확인됐다. 현행 노조법은 쟁의행위 기간에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한다. 하청업체들이 한국공항에 보고한 내용을 정리한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 발표자료(2018년~2109년 1분기)’를 보면 이케이맨파워 인력운영계획에 ‘민노(민주노총) 노동쟁의 대비 아르바이트 인력 추가 운영’이 들어갔다. 

문건에는 파업에 참가한 간부 12명에 손배가압류를 진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요 현안 및 추진 계획’ 사업으로 “민노 노동쟁의 기간 중 식사시간 임의 조정 운영에 손배소송 가압류 결정”이 명시됐다. ‘민노 간부 12명에 1명당 435만원 정도, 약 5200만원 압류’한다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담겼다. 파업에 참여한 이케이맨파워노조 간부 12명은 지난달 25일 월급통장이 가압류됐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원청은 민주노총·한국노총 가입인원과 현 노조 분위기도 보고받았다. 이케이맨파워는 ‘현재 노동조합별 분위기는 민노는 DOWN, 한노(한국노총)는 UP 기류임’이라고 보고했다.

▲ 한국공항 자료인 2018년~2109년 1분기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 발표자료'에는 이케이맨파워가 보고한 노동조합 근황, 손배가압류 상황 등이 담겼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한국공항 자료인 2018년~2109년 1분기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 발표자료'에는 이케이맨파워가 보고한 노동조합 근황, 손배가압류 상황 등이 담겼다. 사진=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이 2018년부터 작성한 ‘협력사 관리 개선 T/F 운영 및 점검 계획안’에도 하청업체의 ‘노무관리(노사협의회 운영, 복리후생제도 등)가 주요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노조는 “원청이 하청업체의 노무관리를 직접 컨설팅하고, 교섭까지 통제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법으로 금지된 대체인력 운용 계획, 손배가압류 상황, 노동조합 분위기 등 명백한 부당노동행위가 포함된 내용을 (원청에) 보고하고 있다”며 “(이같은)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는 대한항공-한국공항-이케이맨파워가 노조를 없애려는 계획적이고 치밀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규탄했다.

김태일 지부장은 “15일엔 이케이맨파워 측이 손배가압류 당한 간부들에 연락해 ‘점심시간을 현행 유지하면 가압류를 철회하겠다’고 알려왔다”며 “부당한 개입일 뿐 아니라, 휴게시간을 지키지 말고 사측이 원하는 시간에, 먹으라는 대로 먹으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원청업체인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 대표이사 등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17일 대한항공 본사와 청와대 앞에서 대한항공의 손배가압류와 노조탄압 책임을 묻는 결의대회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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