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서울시에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며 시청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찰이 농성천막 설치를 막아 충돌을 빚었다. 이들은 경찰과 대치 상태에서 천막 없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역 장애인권단체 49개가 꾸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철연)는 12일 오후 2시께 서울시청 후문 앞에서 곧 발표를 앞둔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선포했다. 이날 장애인 70여명과 활동가, 활동보조인을 합해 1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해마다 겨우 60명의 탈시설만 지원하겠다는 시의 계획은 나머지 대다수 장애인들의 삶을 감옥 같은 거주시설에 방치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시청 앞에서 시의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으나, 경찰 140여명이 투입돼 천막 설치를 막아 충돌을 빚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시청 앞에서 시의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으나, 경찰 140여명이 투입돼 천막 설치를 막아 충돌을 빚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장애인들이 12일 서울시에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 장애인들이 12일 서울시에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시는 올초 ‘2차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2차 탈시설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 발표한 ‘1차 탈시설계획’을 잇는 2번째 5개년 계획이다. 2차 탈시설계획에서 서울시는 해마다 60명씩 5년간 모두 300명의 탈시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6년 전인 1차 탈시설 계획의 목표치 600명의 절반 규모다.

김순화 서울장철연 활동가는 “이 목표치를 달성해도 나머지 1657명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빼내려면 모두 45년이 걸린다. 그때 가선 이들이 살아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참 안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장애인거주시설은 45개, 입소 장애인은 2657명이다.

참가자들은 서울시가 1차 탈시설 계획의 성과도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운영하는 그룹홈과 체험홈에 거주하는 장애인들도 탈시설 인원으로 잡아 행정성과만 부풀려 발표했다”는 것이다. 서울장철연 측 설명에 따르면 그룹홈과 체험홈에 사는 장애인은 탈시설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며, 체험홈에 사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장애인거주시설로 돌아간다.

▲ 장애인들이 서울시에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며 시청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 장애인들이 서울시에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며 시청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이날 인권침해나 비리가 드러난 서울지역 사회복지법인인 프리웰과 인강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4곳을 내년까지 폐쇄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또 탈시설 대책을 마련해 2020년까지 탈시설 인원 규모를 300명으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탈시설 장애인에게 필요한 24시간 지원체계서비스와 지원주택,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건비 등도 확대하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에 미리 건넨 구체적인 수정요구안을 두고 복지정책과와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면담일을 다음달 7일로 미뤘다. 서울장철연은 적어도 면담일까지 서울시청 후문에서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서울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계획을 세우면서 탈시설 희망자를 전수조사했는데 300명 정도라 그 규모를 잡았다. 이외에 지원구조 변환에 집중하고 있다”며 “1차 계획에선 그룹홈과 체험홈을 자립 과정의 하나로 간주했지만, 현재는 탈시설 인원으로 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회견 뒤 농성 천막을 서울시청 후문 곁에 설치하려다가 막아선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경찰은 140여명 투입됐다. 경찰은 30분 가량 대치를 이어가다 깔개 등 일부 물품만을 허용했다. 이들은 현재 맨바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시청 앞에서 시의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으나, 경찰 140여명이 투입돼 천막 설치를 막아 충돌을 빚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시청 앞에서 시의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으나, 경찰 140여명이 투입돼 천막 설치를 막아 충돌을 빚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12일 서울시 복지정책과와 짧은 면담을 하고 나와 결과를 발표하며 “오늘 만난 복지정책과 과장님이 ‘추운데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에게 ‘한 번이라도 집구석에서 나가지 못한 채 종일 지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 문애린 서울장철연 공동대표는 12일 서울시 복지정책과와 짧은 면담을 하고 나와 결과를 발표하며 “오늘 만난 복지정책과 과장님이 ‘추운데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에게 ‘한 번이라도 집구석에서 나가지 못한 채 종일 지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문애린 서울장철연 공동대표는 “오늘 만난 복지정책과 과장님이 ‘(농성하면) 추운데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에게 ‘(자립지원을 받지 못해) 한 번이라도 자기 힘으로 집구석에서 나가지 못한 채 종일 지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 우리들 건강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답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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