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40대, 지방대 출신에 노동분야 전문성 등으로 관심 받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난민, 낙태죄, 군 내 동성애자 처벌 등에 답변을 유보했다. 가장 중요한 소수자 인권 관련 이슈로는 ‘양성평등’을 꼽았다.

이미선 후보자는 후보자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과 각오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성이고 지방대 출신이고 여러 상황들을 보면 저는 사회적 소수 약자들을 대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후보자로 지명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제가 헌법 재판관으로 임명되면 소명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리 사회에 여러 소수자·약자 집단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게 어떤 이슈라고 생각하고 어떤 분들이 가장 어려움 겪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양성평등 문제를 먼저 생각해봤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여성근로자 같은 경우 출산 육아로 경력단절 사례가 많다. 경력단절 문제는 근로권 침해 뿐 아니라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성이나 여성이나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 마련돼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소년법 폐지 여론에 대해서는 “소년범죄가 날로 흉포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소년은 신체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미성숙하기 때문에 처벌이 아니라 교육과 보호로 교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난민·이주민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을 못해봤다.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측면도 있겠고 다른 측면에서는 국민, 난민 이주민 수용에 따라 국민이 받을 수 있는 반사적 불이익 우려를 걱정을 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여러 사회적 목소리를 수렴해서 적절하게 해결해야 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을 두고 “기회(주의)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사형제 폐지는 긍정적, 낙태죄 폐지는 답변 유보, 양심적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도 답변 유보,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도 답변 유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최저임금제, 종교인과세 모두 답변을 유보했다. 특히 5·18 폄훼 행위에 대해서도 답변을 유보했다”고 지적한 뒤 “이런 문제에 대해 모두 답변을 유보하면 납득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서면답변서에서 이 후보자는 현재 헌법소원 등이 제기돼 있는 △낙태죄 처벌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군형법) △종교인 과세에 대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헌법재판소에 계속된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5·18에 대한 왜곡·폄훼행위자 형사 처벌 방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경우 “현행법률을 보면 각 영역별로 차별금지법률이 적용돼 헌법상 평등원칙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행해지는 다양한 차별을 해소하기에 부족한 점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회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현직 판사라는 점에서 오히려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이 되면 여성이 3명이 된다. 많은 분들이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기여할 거라고 평가한다. 반면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이 되면 9명 중에 판사 출신이 8명이 된다. 다수 정도가 아니라 절대 다수가 판사 출신으로 채워진다”며 “소수의 폐쇄적인 집단 출신이 9명 중 8명을 차지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어떻게 할 계획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그런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헌법재판은 단순한 법률분쟁에서 나아가 사회의 다양한 가치 충돌을 재판하는 것인데, 구성이 획일화되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데 부족한 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제 생각이나 견해가 옳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다른 사람 견해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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