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도 일대 산불 재난 발생 후 엿새만인 10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재난방송 관련한 매뉴얼과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대책 논의를 했다.

방통위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를 비롯한 MBC, SBS 지상파 3사의 재난방송 관계자를 소집해 이번 강원 산불 관련 재난방송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논의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산불 재난방송과 관련한 주관방송사의 역할과 책임, 재난방송 과정에 있어서 미흡한 점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구조 정보보다 화재 중계에 치중한 점 △이미 산불이 진화된 상황에서 전일 불타는 장면을 반복 방영해 진화 상황에 대한 국민의 혼선을 초래한 점 △수화 통역과 외국인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개선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 YTN 기자는 지난 4일 속초 화재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다 소방관에게 “화약 창고가 있다. 피하라”는 말과 함께 촬영을 제지당했다. MBC는 ‘속초 가스충전소 폭발’이라는 자막 오보를 냈다. 사진=위쪽부터 각각 YTN과 MBC 보도 화면 갈무리.
YTN 기자는 지난 4일 속초 화재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다 소방관에게 “화약 창고가 있다. 피하라”는 말과 함께 촬영을 제지당했다. MBC는 ‘속초 가스충전소 폭발’이라는 자막 오보를 냈다. 사진=위쪽부터 각각 YTN과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앞서 미디어오늘이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방송통신위원회 재난방송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강원도 산불 재난 사고가 발생한 후 5일 새벽까지 KBS는 물론 MBC·SBS 지상파 뉴스 모두 장애인을 위한 수어(手語) 방송이 전혀 없었다. KBS는 재난 발생 다음 날인 5일 오전 8시에 수어 통역 방송을 시작했고 MBC는 오전 8시30분, SBS는 오전 9시50분부터 수어 방송을 했다.

방통위는 화재 다음 날인 5일 새벽 1시10분이 돼서야 각 방송사에 재난방송을 요청했다. 전날 밤 11시15분 청와대가 관계부처에 재난 대응을 주문하고 2시간가량 지나고서다.

방통위 재난방송 요청은 5일 새벽 방통위 재난 담당 사무관이 소관 68개 방송사 관계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사무관은 “강원도 고성, 속초에 대형 산불이 지속됨에 따라 긴급 재난방송을 실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고 보냈다.

한편 10일 오후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강원 속초시 영동극동방송과 강릉 옥계중계소 등 산불 피해 방송시설 현장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복구 계획을 점검했다. 방통위는 “앞으로 주요 재난방송 의무사업자와 함께 재난방송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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