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다양한 ‘가짜뉴스’가 있었다.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든가,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가 늘어나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언론이 ‘팩트 체크’ 형식 기사를 통해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보도를 했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탈원전 정책과 연관 짓는 일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는 주로 일부의 진실을 ‘침소봉대’하거나 전혀 상관없는 사안을 서로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생산·수입된 적이 없는 카드뮴-텔루라이드 태양광 패널이 국내에 유통되는 것처럼 소개한다거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양이 줄고 핵발전소 개수는 그대로 있음에도 미세먼지가 늘어난 것처럼 설명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보수 야당의 탈원전 반대 논리는 가면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강원지역 산불을 탈원전 탓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지난 8일,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산불 원인과 관련해서 한전의 예산 삭감이 원인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라며 SNS를 중심으로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 강원도 속초시 화재 현장. 사진=노컷뉴스.
▲ 강원도 속초시 화재 현장. 사진=노컷뉴스.

산불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제1야당 정책위 의장이 SNS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근거로 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충격적이다. 그의 근거도 황당하지만, 산불 원인으로 설명한 한전 예산 삭감도 사실과 달랐다. 한전은 2015~2017년 3개년간 배전설비 교체보강을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 3개년 평균 투자비가 1조 5295억원에 달했다. 2014년 대비 7037억원이 증액된 것이었다.

한 번 설비를 교체하면 15~20년간 효과가 지속되므로 2018년 배전설비 교체 예산은 1조4400억원으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이를 예산이 줄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이를 탈원전 정책과 연관짓는 것은 더욱 힘들다. 제1야당 정책위 의장 정도의 지위라면 이런 정보를 얻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는 SNS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이런 발언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 계속 이어져 김광림 최고위원이나 나경원 원내대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핵발전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야당이라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검토를 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논리적 근거와 자료에 기반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주장 - ‘탈원전 반대’ 주장을 펼치려면, 논쟁의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특히 제1야당이라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흔히 찬핵 진영에선 탈핵 진영, 특히 탈핵 운동가들을 향해 ‘맹목적’ 혹은 ‘감정적’ 탈핵 주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거나, ‘교수’나 ‘박사’ 같은 직함이나 학위를 앞장세워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그동안 찬핵진영에서 핵발전을 옹호해 온 이들의 발언과 기고문을 다시 한번 살펴봤으면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찬핵 발언이 인터넷에는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발언은 길거리 술자리에서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매우 공적인 국회나 공개 토론회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를 단순히 ‘일부 소수의 발언’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탈핵·찬핵 논쟁을 제대로 하려면, 찬핵 진영 내부에서 이런 ‘가짜뉴스’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간 자신들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거나 최소한 정정 발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에게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면서 여론몰이하는 것이 찬핵 진영의 목표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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