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정적이고 아카데믹한 미디어비평이라면,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미디어비평을 추구한다. 오보와 가짜뉴스는 이 프로그램의 목표인 미디어리터러시를 위한 일종의 ‘트리거’로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배우 중심의 드라마틱한 구성과 ‘PD수첩’의 PD저널리즘을 조합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무엇보다 ‘가짜뉴스 피해자’에 주목하며 공영방송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정규 편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파일럿 방송 이후 8일 다시 찾아온 이 프로그램이 주목한 첫 번째 페이크는 ‘당신이 믿었던 손석희 사건’이다. 조선일보·동아일보·TV조선·채널A, 그리고 SBS를 통해 주로 유포된 ‘동승자’ 논란은 오보이자 동시에 가짜뉴스였다는 것. “여성이 (손석희) 차에서 내리는 걸 봤다. 30대 중·후반이었다”는 견인차 기사의 주장은 검증 없이 확산됐고, SBS는 메인뉴스에서 견인차 기사와 손석희 JTBC대표이사와 통화녹음을 보도하며 입맛에 맞는 부분만 짜깁기해 보도했다.

▲ 8일 방송된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화면 갈무리.
▲ 8일 방송된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화면 갈무리.
그렇게 ‘손석희 동승자’를 키워드로 한 기사는 1000건 넘게 쏟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 통화녹음 전체를 들어보면 대화의 맥락은 SBS보도와 달랐다. 견인차 기사는 “제가 착각했을 수도 있어요, 어두워서”라며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두 사람 통화를 가리켜 “동승자 논란은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했고 명확하지 않은 것을 과장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사건 당일 견인차 기사와 함께 손 사장 차를 뒤쫓았던 동료 기사는 동승자 논란과 관련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견인차 기사 본인은 최근 경찰조사에서 “사고 자체는 경미했고 동승자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진술은 ‘동승자’ 의혹보도를 쏟아낸 거의 모든 언론이 외면했다. 

MBC제작진은 문제의 리포트를 작성했던 SBS 고정현 기자에게 취재를 시도한다. 그러나 SBS기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 질문을 안 듣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전화를 끊었다.

▲ 8일 방송된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화면 갈무리.
▲ 8일 방송된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화면 갈무리.
나아가 제작진은 한참 ‘동승자’가 키워드로 떠오를 때 기자들이 과천 주변 호텔을 뒤진 사실을 확인했고, 조선일보 기자가 손 사장이 성신여대 교수 재직 당시 미투 제보를 받았다고 취재를 시도한 사실도 확인했다. 손 사장이 과거 과천에 살았고, 논란이 된 주차장 공터는 손 사장 어머니가 다녔던 교회여서 길이 익숙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이 출동해 음주측정을 했다’는 보도도, ‘범퍼가 깨질 정도로 큰 사고였다’는 보도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결국 그가 ‘볼 일’이 급해 일요일 밤 급히 화장실을 찾은 뒤 견인차 기사가 따라와 사기당한 셈치고 150만원을 물어준 일을 두고 언론은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고, 존재하지 않았던 ’동승자’를 창조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에 ‘손석희 논란, 그 참담함의 본질’이란 칼럼까지 썼다. 정작 참담함의 본질은 JTBC를 흔들겠다는 목적으로 JTBC 경쟁사들이 보도를 사유화하며 일종의 가차저널리즘(I got you, 딱 걸렸어!)을 ‘저널리즘’으로 포장한 사실에 있다. 가짜뉴스의 실상을 밝혀내며 미디어의 거짓신화에 도전하는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PD저널리즘의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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