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자들이 발로 뛰며 취재한 기획기사를 모아 보여주던 ‘발품뉴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던 ‘오아시스 뉴스’, 국제 사회의 이슈를 한눈에 보여줬던 ‘세계와 생각 나누기’ 등.

이제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서 더는 제공하지 않기로 한 코너들이다. 네이버(대표이사 한성숙)는 지난 4일부터 뉴스 서비스에서 자체 편집 영역을 완전히 없애고 AI(인공지능)가 추천하는 알고리즘 기반 자동 추천 기사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2월 모바일 네이버 서비스 첫 화면에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 추천 뉴스’ 영역을 선보이며 시작한 뉴스 편집 자동화를 완료한다”며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이용자가 ‘구독’한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영역과 에어스를 통한 추천으로 이루어진 개인화 영역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PC 뉴스홈 상단과 기존 버전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에는 클러스터링(묶음) 형태로 에어스(AiRS)를 통해 기사가 추천된다.
네이버 PC 뉴스홈 상단과 기존 버전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에는 클러스터링(묶음) 형태로 에어스(AiRS)를 통해 기사가 추천된다.
에어스는 2017년 네이버가 처음 선보인 인공지능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이 많이 본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협력 필터(Collaborative Filter)와 문서의 충실도 및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품질 모델(Quality Model)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 리더는 “뉴스 편집 자동화는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정보, 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하는 네이버 본연의 가치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통해 평소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편리하게 접하고, 선택한 매체의 편집 가치를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 네이버 뉴스 큐레이터들이 휘발성이 강한 뉴스 기사들에 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기사에 가치를 부여해 묶어 보여줬던 뉴스 서비스들도 함께 중단됐다.

네이버 홍보실 관계자는 “그동안 콘텐츠를 분류해 보여주는 개념이었던 뉴스 코너 등 뉴스 서비스에서 언론사가 아닌 우리 내부에서 수동으로 편집했던 영역은 모두 없어진다”며 “이런 코너 중에선 마니아층도 있고 뉴스가 가진 콘텐츠로서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코너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AI를 통해 콘텐츠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모두 바뀌면서 서비스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동 추천 알고리즘을 도입했던 검색엔진들에서 나타났던 부작용 중 하나는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콘텐츠만 소비하게 되면서 ‘필터버블’(확증편향)이 강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가 에어스를 검증한 결과, 이용자의 기존 관심사와는 다른 분야의 기사도 함께 추천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필터버블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검증 결과를 들었다.

검토위는 “개인의 편향성을 부추기는 필터버블 문제를 검토했으나 알고리즘이 ‘관심사가 아닌 분야’ 기사도 함께 추천해 필터버블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에어스 알고리즘 기사와 사람이 배열한 기사를 비교한 결과 다양한 관점의 기사, 여러 언론에서 작성한 기사를 접할 기회를 제한하지도 않는 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언론사 기획기사를 모아 보여주던 ‘발품뉴스’ 페이지는 지난 2월부터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언론사 기획기사를 모아 보여주던 ‘발품뉴스’ 페이지는 지난 2월부터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이용자 구독 뉴스 영역은 언론사에 기사 배열과 편집 권한을 모두 맡기게 되면서 과거 낚시성 제목 장사가 횡행하거나 속보 경쟁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3일부터 모바일 웹 브라우저 개편도 단행했는데 구버전의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 경우 뉴스 콘텐츠에서 ‘속보’ 영역이 신설됐다. 이는 네이버 뉴스 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이 직접 선정한 속보 기사로, 각 언론사는 주요 속보를 지정해 제한된 범위 이내에서 해당 코너를 통해 노출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최근 1년 동안 하루 평균 주요 속보 노출 개수가 5개 미만인 것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기준을 정했는데 상한선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우린 언론사를 콘텐츠 파트너로 존중하고 있고 믿음에 기반하고 있어 언론사가 온종일 속보를 내보내진 않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낚시성 기사 제목 우려에도 “과거에 비해 언론사들의 정체성(identity)이 강화됐다. 지난 10월부터 새로운 앱 버전에서 에어스 기반으로 봤을 때 ‘뉴스판’의 낚시성 기사 제목은 예전보다 줄었다”면서 “앞으로도 언론사 직접 편집 영역 부작용이 있으면 함께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에 네이버 뉴스 큐레이션팀에 있었던 직원 대부분은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네이버 앱 운영, 기사 배열 알고리즘 기획 등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2017년 2월 ‘에어스 추천 뉴스’를 시작하면서 점차 뉴스 서비스팀의 업무 전환이 이뤄져 왔고, 현재는 뉴스 편집 자동화가 완료되면서 뉴스 서비스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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