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구금된 아프리카 앙골라 국적 난민 루렌도씨가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3차 변론에서 처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인천지방법원에서 4일 열린 이날 변론에서 루렌도씨는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통지서를 인천공항 출입국으로부터 교부받았는지 △당시 소송제기를 할 수 있다고 들었는지 △불회부 결정 사유를 들었는지 묻는 원고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송가능여부는) 내게 설명해주지 않았고 내가 오히려 질문을 했다”고 말하며 “(출입국에서) 사인을 하라고 종이를 줬고 우리는 서명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루렌도씨와 그의 가족 6인(아내 및 자녀 4인)은 지난해 12월2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공항 밖을 자유롭게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1월9일 한국정부는 루렌도씨 가족에 대한 난민인정회부 심사에서 불회부 판정을 내려 난민 심사를 받을 권리 자체를 박탈했고 여권도 빼앗았다.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의 강제송환을 거부하며 공항에 갇혔다.

 

▲ 루렌도 가족이 살고 있는 인천공항 게이트. ⓒ루렌도 제공
▲ 루렌도 가족이 살고 있는 인천공항 게이트. ⓒ루렌도 제공
▲ 인천공항에서 씻고 있는 루렌도씨의 아들. ⓒ루렌도 제공
▲ 인천공항에서 씻고 있는 루렌도씨의 아들. ⓒ루렌도 제공

인천공항 출입국은 루렌도 가족이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 신청’이라고 판단했지만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앙골라에서 콩고 출신 이주민들에게 가해지는 박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며 루렌도씨가 콩고 출신이란 이유로 극심한 박해에 시달렸다며 난민으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렌도씨는 평범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고 택시운전 일을 하다 사고를 겪었는데 콩고 출신임이 드러나 수용소에 갇혔다 탈출한 뒤 한국행을 선택했다.

 

루렌도씨는 이날 ‘앙골라에서 출국 당시 공항에서 아무런 제지가 없었는지’ 묻는 재판부 질문에 “제지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잘 해두어서 우리가 쉽게 통과하게 도와준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수용소 탈출 이후 교회에 숨어 지내다 가족에게 전화했고, 아내가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그 때 탈출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루렌도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실체적 하자와 절차적 하자가 있다. 출입국은 처분 당시 별다른 (처분)근거가 없었다. 출입국은 재판부의 심사보고서 문서제출명령에도 불응했다”고 지적한 뒤 “이 사건에 원고들의 목숨이 달렸다. 원고들은 강간·구금·고문을 견디지 못해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으며 “출입국은 사건 처분이 취소되면 업무차질을 주장하지만 단지 가족들이 공항 생활을 마감하고 제대로 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반면 인천공항 출입국 측은 “(우리는) 신청자가 주장하는 박해가 실제 발생했는지 초점을 맞췄다. 박해 발생 이후 자국을 탈출해 목적지까지 와서 난민신청 경과과정을 보며 신청자의 진정성을 판단한다. 진정성이 있어야 대한민국 국경에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경우 관광목적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입국목적 타당성이 없어 차선책으로 난민을 신청한 케이스”라고 설명한 뒤 “최근 3년간 하루 평균 100여명 이상 입국 거부되고 있다. (불회부 결정 취소는) 이들에게 모두 난민신청 기회를 달라는 것으로 난민신청절차가 악용될 수 있다. 국가의 기본적인 국경수비 역할로 차단해야 할 부분은 엄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입국 측은 또한 “진정한 난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 난민을 여과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난민이 쫓겨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루렌도 가족의 난민인정을 주장하는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3월7일 첫 재판에서 법무부가 공개한 난민 불회부 결정 통지서에 문서 일련번호나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 청장 직인 등이 없음이 확인됐다. 3월21일 2차 재판에서는 출입국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점이 지적됐다”고 비판했다. 루렌도 가족은 오늘도 재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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