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3월29일 사퇴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상가 건물 구입사실이 드러나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하루 만이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앞서 “재개발이 완료되면 아파트와 상가를 받을 수 있다. 청와대를 나가면 별달리 수익이 없기 때문에 상가 임대료를 받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대변인 취임 13개월 만에 청와대를 불명예스럽게 떠났다.

경향신문은 3월30일자 사설에서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투기 억제에 집중할 때 청와대 대변인은 거액의 빚을 내서 재개발지역 노른자 땅을 샀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이 정부는 다를 거라 믿어온 시민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에서 “10억원 넘는 대출을 받아 25억원에 달하는 재개발지역 상가 건물을 사들인 세세한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앞으로 정부 정책과 의제를 국민에게 전하는 데 부담이 되리라는 걸 고려하면, 신속한 사퇴는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이 한겨레 기자 출신이란 이유 때문인지 한겨레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소극적인 보도를 했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반면 조선일보는 이 사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조선일보 3월29일자 사설 제목은 “靑 실세 대변인의 대담한 투기 위선자 정권의 본모습”이었다. 조선일보는 3월30일자 기사에서 김 대변인을 가리켜 “재임 중 정권 ‘보호’와 관련된 문제라면 거친 언어로 ‘돌격대’를 자처했다”고 평가한 뒤 “승승장구하던 대통령의 입도 결국 현 정부가 전쟁을 선포했던 ‘부동산 투기’ 문제에 발목이 잡혀 물러났다”고 묘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 따로 논평이 나오진 않았다. 그러나 언론운동진영 내에선 청와대가 CJ사외이사 출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임명을 강행한 사실, 부적격자 조동호씨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로 낙점했던 사실과 이번 사태를 일련의 흐름으로 보고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겨레 기자였던 2016년,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그해 9월20일자 한겨레 1면에서 최초로 ‘최순실’ 이름 석 자를 끌어올리며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보도를 주도했다. 그는 촛불로 등장한 문재인정부의 상징과 같았으나 정작 정부정책기조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권일 시사평론가는 “김의겸의 행보는 언론인 롤모델의 실패를 재차 증명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후임 청와대 대변인 임명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직 언론인은 최대한 고려하지 않으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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