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가 최근 신문사와 신문지국간 불공정거래 논란이 벌어진 뒤 신문사에 ‘무혐의’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정부에서 일명 남양유업법이 시행되었으나 신문사-신문지국 간 갑을관계에서 벌어지는 ‘신문 밀어내기’는 여전히 공정위도 건들지 못하는 ‘성역’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신문지국을 운영하는 A씨는 2012년 8월1일 국민일보와 공급약정서를 체결했다. A씨는 미디어오늘에 “공급 계약은 본사·전임자·후임자 3자 계약으로 이뤄졌는데 본사에선 전임자가 해왔던 지대를 비롯한 모든 불공정 계약을 관행대로 떠넘겼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불공정거래에 이의제기 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A씨는 약정보증금으로 150만원도 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약정서 전문을 볼 수 없었다.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면서 A씨가 확인한 약정서 전문에 적힌 공급 기준부수는 210부 이상이었다. 약정서 제3조 ‘공급부수 및 판매방법’에 따르면 신문의 공급부수는 을의 의사를 참작해 갑이 정하며 을은 이를 전량 판매해야 했으나 현실에선 국민일보가 보내는 부수를 일방적으로 받고 지대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약정서 제16조 ‘유효기간’에 의하면 약정 유효기간은 체결일로부터 5년이었다. 2017년 6월26일, 유효기간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A씨는 국민일보에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법률’(일명 남양유업법) 제6조 구입 강제 행위금지 조항과 제7조 경제상이익제공 강요행위금지 조항을 들어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그는 “국민일보 구독자가 12부에 불과함에도 많은 부수의 구입을 강제해 부당한 지대청구가 계속되고 있다”며 “구독자 외에 부당하게 청구되는 국민일보 지대를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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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일보는 계약해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이듬해인 2018년 6월 신문대금을 장기 체납했다며 7월1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 사이 밀린 지대미납금은 141만3810원. 국민일보는 미납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계약당시 약정보증금(150만원)에서 가압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약정 유효기간이 5년이며 계약해지를 요구했으나 국민일보가 방치해 약정서를 위반했다”며 미납금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A씨는 신문판매연대를 통해 그해 8월 국민일보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고발했다. A씨는 “국민일보가 2017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평균 22만3460원의 지대를 청구하며 거래를 강제했다”며 “계약보증금 150만원을 미수금상환 명분으로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공정위에 보낸 답변에서 “신문지국 운영은 계약 관할지역에서 인수매체의 수익성여부를 본인이 판단해 전임운영자에게 일정비용을 지불한 뒤 본사와 약정이 이뤄지며 운영자는 본인투자를 통한 부수확장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라며 “지국 인수 후 부수확장을 통한 수익개선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본사 지대를 감액해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약정부수를 다 팔아 수익을 내야 할 책임이 A씨에게 있다는 의미다.

국민일보는 또한 “적극적으로 운영수지 개선에 협조했으나 A씨가 일방적으로 미수를 발생시켰으며 관할구역 내 지국운영자가 본인 외에 없음을 악용해 無지대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12부에 불과했던 유료부수에 대해선 “불성실한 관리로 인한 절독부수의 결과”라고 했으며 “지국관리 부실 책임을 신문고시 위반으로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A씨는 공정위에 보낸 답변에서 “12부의 구독자를 적용한 지대 이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으며 “2017년 6월 계약해지를 요구해 신뢰관계가 깨졌으나 2018년 6월30일까지 계약해지를 해주지 않았다”며 결국 계약해지도 ‘갑’의 마음대로였다고 주장했다. 부수확장 노력이 없었다는 국민일보 주장에 대해선 “팔리지도 않는 국민일보를 아무런 시스템 지원도 없이 지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국민일보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는 지난 2월11일 결정문을 통해 국민일보가 실제 구독자수보다 많은 신문을 강제공급 해 발생한 신문대금을 강요했다는 내용 등이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1항 4호 등 위반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국민일보가 계약유지를 강요했다는 내용도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곤란해 법위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판매실적에 비례해 취할 영업상 순이익이 결정되도록 하는 방법은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기 어렵고, A씨도 판매실적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일보 측 손을 들어줬다. 다른 분쟁사안의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거나,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약정보증금만큼 미수금이 쌓일 때쯤 폐국 결정을 통보한 것 역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공정위는 “A씨가 계약체결일 당시 현재 공급부수만큼 공급될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국민일보가 2015년 이후 실제 약정 부수보다 적은 부수를 공급하며 A씨와 사전협의 없이 신문 공급부수를 부당하게 결정 또는 변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갑을관계에서 발생한 ‘신문 밀어내기’를 ‘사전협의’로 받아들인 대목이다.

이 같은 공정위 판단에 A씨는 “계약할 때 왜 (국민일보에) 이의제기 못했냐고 공정위가 말했는데, 우리는 이의제기하면 계약을 못한다. 우리는 따질 수가 없는 위치였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공정위는 대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김상조 위원장으로 바뀌고 공정위에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일보에 속 터져’ 관련 정정보도

본 신문은 지난 4월3일자 2면에 “‘구독자 12부’ 국민일보에 속 터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무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민일보가 경기도에서 신문 지국을 운영하는 A씨와 불공정한 거래를 한 것이 사실인 듯 보도하였습니다.

사실확인 결과 국민일보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해당 기사의 내용은 신문 지국을 운영하는 A씨의 일방적 주장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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