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7일 숨진 배우 고 장자연씨 관련 검찰 과거사 사건 증인으로 캐나다에서 귀국한 윤지오씨가 여전히 신변의 위협을 호소했다.

윤씨는 지난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신변보호를 위하여 경찰 측에서 지급해준 위치추적 장치 겸 비상호출 스마트 워치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비상호출 버튼을 누른지 9시간47분이 경과했는데 경찰은 출동은커녕 아무런 연락조차도 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호출 버튼을 누른 이유는 벽 쪽에서 의심스럽고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이 지속해서 관찰됐고 오늘(30일) 새벽에는 벽이 아닌 화장실 천정 쪽에서 동일한 소리가 있었다”며 “여러 의심스럽고 불안한 심정으로 하루에 1시간도 수면을 못 취한 나날이 지속했고 소리가 반복돼 비상호출을 눌렀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환풍구 또한 누군가의 고의로 인해 끈이 날카롭게 끊어져 있었고, 전날 출입문 잠금장치 또한 갑작스레 고장 나 수리했다. 다시 한번 문 쪽을 체크해보니 오일로 보이는 액체 형태가 문틀 맨 위부터 흘러내린 흔적을 발견했다”면서 “며칠 전은 문 열 때 이상한 가스냄새를 나와 경호원 분들도 맡은 적이 있다”고 불안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현재 처한 이런 상황이 더는 용납되지 않아 경찰 측의 상황 설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며 “앞으로 5대 강력범죄 외 보호가 필요한 모든 피해자, 목격자와 증언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시설과 인력 정책의 개선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 고(故) 장자연씨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지난 29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에 출연해 “최근 신변의 위협을 느껴 생존 신고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故) 장자연씨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지난 29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에 출연해 “최근 신변의 위협을 느껴 생존 신고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가 쓴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31일 오전 서명인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앞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증인으로 윤씨가 본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씨의 신변보호 요청 글이 올라왔고 37만명이 넘는 국민이 서명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와 관련 “수사당국과 관련 부처는 성역 없이 철저한 수사와 조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국민청원을 통해 이 사안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의견을 모아준 국민들께 감사하다. 이후 수사 상황은 청원AS 등으로 국민에게 계속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경찰은 여성가족부와 협의해 지난 14일 신변보호를 진행하는 것으로 윤씨 측과 협의했다. 경찰은 이날 곧바로 스마트워치 지급을 비롯해 맞춤형 신변보호에 착수했고 임시숙소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할 경찰서에 피해자 전담 경찰관도 윤씨에게 배치하고 필요한 경우 경찰이 출동해 신변보호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윤씨에 따르면 경찰의 신변보호 등 관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최근 신변의 위협을 강하게 느낀 윤씨는 자신의 SNS로 ‘생존 신고 방송’도 시작했다. 윤씨는 지난 29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에 출연해 “생존 신고 방송을 하는데 방송 처음과 끝에 ‘저는 자살할 마음이 없습니다’고 얘기한다”며 “그것만으로 혹시나 불충분할까 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변호사에게도 ‘자살이 생각이 없다. 건강하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이날 방송에서 2009년 수사 당시 경찰과 언론사 기자들을 겪으며 생겼던 불신도 털어놨다. 윤씨는 “내 생각에 (당시 경찰이) 답 자체를 풀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냥 겁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딜 가든 기자들이 거의 상주하다시피 있었고 경찰 조사를 받고 나갈 때도 기자가 너무 많았다”며 “(기자들은 내가 조사받으러 들어갈 때) ‘성 상납했죠? 언제 어디서 했어요?’ 이런 식으로 물어봤다. 내가 태어나서 왜 저런 질문을 들어야 하는지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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