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수색 3일 만에 찾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정말 수차례 수습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대로 11월까지 기다리면, 주변에 유해가 더 있을 가능성은 둘째 치고 발견한 유해도 남아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동안 광화문에서 춥거나 덥거나 서명 받으며 보낸 2년이 제가 산 65년 세월보다 더 길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언제까지 보내야할지 정말 묻고 싶어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가족이 침몰 2년을 맞다 정부에 사고 원인규명과 실종자 수색에 나서라고 호소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축구장 3배 넓이의 대형화물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31일 낮 1시30분께 선원 22명과 철광석을 싣고 남대서양을 항해하다 침몰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지금껏 사고 원인규명과 실종자 수색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참사 당시 바다가 깊고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심해수색을 거부하던 정부는 2년 만인 지난달 침몰해역 수색에 들어갔다. 외교부와 심해수색 계약을 체결한 업체 오션인피니티는 2~3일 만에 72개 파편으로 조각난 선체와 블랙박스, 실종선원의 유해와 유류품 등을 발견했다. 업체는 블랙박스만 수거하고 되돌아왔다.

이유는 유해수습이 외교부와 계약에 없었고, 발견 당시 외교부에 물었지만 수습 지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색작업은 9일 만에 끝났고, 현재 오션인피니티는 ‘과업을 완수했다’는 입장이다.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주기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주기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실종자 가족들은 외교부가 유해수습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외교부가 오션인피니티와 계약을 독자 체결하며 ‘유해수습’을 포함하지 않았고, 발견 당시에도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종된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둘째누나인 허경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21일 유해가 발견되자 우리는 유해수습을 촉구하는 회견도 열고, 외교부와 해양수산부도 만났다. 이때 담당관이 ‘유해 수습 자체가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해 충격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와 전문가가 유해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누차 말해, 수색 2~3일 만에 블랙박스와 유해를 찾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신발 등 많은 유류품도 널브러진 걸 발견했는데 하나도 가져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정부는 오션인피니티와 체결한 심해수색 계약서를 실종자 가족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계약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재용씨 큰누나 허영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가족들뿐 아니라 국회의원실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계약내용 공개를 요청했는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가족대책위를 지원하는 최석봉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생명안전특별위원회)는 “오션인피니티는 과업을 완수했다는 입장인데, 우린 계약상 완수 기준이 기간인지, 달성 여부인지 모른다. 정보공개 청구해도 공개가 안 된다”고 했다.

앞으로 정부 방침도 불투명하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기자간담회를 며칠 앞두고 외교부 재외국민안전과에 과업완수, 유해수습에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알려달라고 재차 물었다. 외교부와 해수부는 하나같이 답한다. ‘고민 중이다.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단어까지 똑같이 얘기한다”고 했다. 

▲ 29일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스텔라데이지호 일등항해사 박성백씨(실종자)의 어머니 윤미자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 29일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스텔라데이지호 일등항해사 박성백씨(실종자)의 어머니 윤미자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허영주 대표는 “2017년 정부가 심해수색은 국가가 할 역할이 아니라고 해 국회를 찾아가고 예산에 반영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마치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하다”고 했다. 허경주 대표는 “남반구 계절은 우리나라와 반대라 2월까지가 수색하기 좋은 날씨다. 가족들이 수차례 말했지만 지금까지 검토 중이라고만 한다. 4월엔 아마 배가 뜨기 어려울 것 같다. 이대로 11월이 오면 사람의 뼈가 남아 있을지, 소실되진 않을지 걱정된다”며 목이 메었다. 

이들은 이날 정부에 실종자 유해를 수습‧추가수색하고 사고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가족대책위는 △행방불명된 구명벌 2척 위치 확인 △사고원인을 규명할 모자이크 영상 구현 △유해수습과 추가유해 수색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문과 광화문에서 수집한 시민 서명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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