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7일 신인배우였던 고(故) 장자연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인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대검 진상조사단의 활동기간을 오는 5월 말까지 2개월 연장했지만, 관련자가 많고 공소시효도 대부분 지나 수사 전환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오늘은 장자연씨를 둘러싼 관련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사건의 핵심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인물 관계도를 구성했다. 당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인물 중 장자연 문건 작성에 깊숙이 연루된 이들과, 장씨의 자필 문건에 등장하거나 실제 만난 것으로 확인된 인물이지만 제대로 수사받지 않고 법망을 피해갔던 사람들이다. -편집자 주

장씨의 소속사 김종승 전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장씨에 대한 폭행 혐의만이 인정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받았다. 더컨텐츠 총괄매니저 출신으로 이후 별도의 소속사(호야스포테인먼트)를 차린 유장호 전 대표는 2009년 2월28일 자신의 사무실에 장씨를 불러 자필 문건을 쓰도록 제안했다.

▲ 한눈에 보는 장자연 사건 인물관계도. 구성·그래픽=강성원·이우림 기자. 사진=TV조선·ⓒ연합뉴스
▲ 한눈에 보는 장자연 사건 인물관계도. 구성·그래픽=강성원·이우림 기자. 사진=TV조선·ⓒ연합뉴스
당시 유장호 대표 소속사에는 유명 배우 이미숙·송선미씨가 있었는데 이들은 김종승 대표 소속사에서 나와 김 대표와 법적 소송을 하거나 준비하고 있었다. 유 대표는 장씨와 많은 술자리에 함께 나가며 가깝게 지냈던 동료배우 윤지오씨와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고, 장씨가 남긴 문건을 ‘유서’라고 하면서 언론에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장씨의 사망 의혹과는 무관하게 김 대표에 대한 모욕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씨가 쓴 문건에는 ‘김 대표에게 조선일보 방 사장과 잠자리를 요구받았고, 조선일보 방 사장 아들에게 술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수사 결과 실제 장씨와 만난 것으로 확인된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었으며, ‘방 사장 아들’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였다. 이들 모두 장씨와 한 번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했을 뿐 그 전후로 장씨와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검 진상조사단은 이들이 장씨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09년 2월28일 고(故)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중 일부.
▲ 2009년 2월28일 고(故)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중 일부.
특히 2008년 있었던 술자리에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 차장)도 장씨와 함께 술자리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박 회장은 실제 장씨에게 ‘김밥을 잘 만든다’며 김밥값으로 100만원권 수표 10장을 준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권 전 장관은 방용훈 사장과 가까운 관계로 검찰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과 별도로 장씨와 35차례나 연락하고 만난 것으로 대검 조사단이 확인한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도 2009년 수사 때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위였다가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그는 여전히 조사단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장씨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장씨에게 강제추행한 가해자로 지목한 조아무개 조선일보 전직 기자는 지난해 과거사위 권고로 검찰 재수사 이후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09년 수사 당시 조씨를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그의 부인이 검사라서 수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김형준 전 성남지청 부장검사도 대검 조사에서 “조씨의 아내가 검사니 잘 부탁한다”는 검찰 내부의 청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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