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국가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 원고인단을 추가 모집하며 피해구제와 재발방지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총 9273개의 블랙리스트 명단이 나왔다. 342개 단체와 8931명의 문화예술인이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다. 블랙리스트는 단순히 정부지원 배제에 그치지 않았다. 불법사찰과 감시가 이어졌고 창작·표현활동은 검열됐다. 문화예술 활동은 위축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진상조사위)가 주요 블랙리스트 문건에 ‘배제사유’로 적시된 시국선언 명단을 취합한 결과 그 규모는 2만1362명에 달했다. 그러나 2017년 2월9일 대한민국·박근혜·김기춘·조윤선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인단으로 참여한 블랙리스트 피해자는 448명에 불과했다.

원고들은 당시 상징적 액수로 각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정비(2013.3.10.)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현황 및 고려사항(2014.3.19.) △국정원이 문체부에 선별·통보한 181명(2014.2~2016.9) △문체부 예술정책과 관리리스트(2014.2~2016.9)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2014.5) △청와대 정무리스트 113명(2015.7.6.) △9473명 시국선언명단(2015.5.6.) 등 문건들이 블랙리스트의 주요 증거다.

▲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체계. 사진=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체계. 사진=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현실적으로 블랙리스트에 따른 배상이 가능할까. 이와 관련, 지난 1월24일 국내 최초로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1심 판결 선고가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12부는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국가책임을 인정하며 “개인 2명과 단체 2곳에 각 2000만원을, 나머지 원고 23명에게 각 1500만 원 등 모두 4억2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송비용 대납까지 국가에 명령했다.

앞서 충북지역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가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2017년 2월27일 국가를 상대로 원고 1명당 각 2000만 원 등 모두 5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상당부분 인용했다.

이에 블랙리스트 피해자 집단소송을 담당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담당 최현준 변호사)는 위자료 청구금액을 조정할 계획이다. 앞선 청주지법 판결을 근거로 블랙리스트에 등재되거나 재산상 손해가 있는 원고들은 1500만원,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지 않았으나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들은 100만원을 청구키로 했다. 재산상 손해가 있는 원고들은 손해 추정액을 청구금액에 포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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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 대변인이었던 이원재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은 25일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집단소송 원고인단 워크숍에서 “아직까지 피해자들의 충분한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적극 참여를 독려했다. 

진상조사위는 조사결과 및 백서를 근거로 오는 4월 추가 민사소송 원고인단 공개 모집을 진행하는 한편 피해자증언대회를 열어가며 블랙리스트 사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최현준 변호사는 “박근혜씨는 블랙리스트 형사소송에서 직권남용으로 1심·2심 유죄판결을 받아 대법원에 가 있다. 빨리 판결이 나야 민사소송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이어 “청주지법이 판단한 배상액의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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