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사건 파문으로 KBS 내부 갈등 조짐이 나오고 있다. KBS는 2016년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던 가수 정준영의 불법 영상 촬영 혐의에 무혐의 결과가 나오자 복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또다시 정준영 사건이 터지면서 과거 복귀 결정에 비난이 쏟아져 전격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BS는 지난 16일 9시뉴스에서 정준영과 1박2일 PD가 포함된 단체 카톡방 대화를 근거로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내기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그러자 차태현과 김준호는 방송 하차 의사를 밝혔다.

KBS는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예인들의 내기 골프 의혹을 보도하면서 주목 받았지만 정준영 사건 불똥이 튀어 사회적 용인 수준의 내기 골프를 친 차태현이 부당하게 매도당했다는 비난 여론도 일었다.

이런 가운데 KBS 예능국 인사들이 양승동 KBS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KBS 보도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예능국 CP들이 1박2일 프로그램이 무기한 결방이 된 상황에서 예능 제작진이 위축되고 향후 프로그램 제작도 우려되는데 KBS보도국이 무리하게 차태현 내기 골프 의혹을 보도했다며 문제 제기했다는 내용이다. KBS에 따르면 양 사장과 예능국 PD들은 식사하며 의견을 나눴다고 했지만 KBS 보도국에 사과를 요구하는 수준의 말이 오고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내부 갈등 조짐에 KBS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외부 비판에는 KBS 경영진이 적극 방어하지만 이번 문제는 보도국과 예능국 사이 갈등이 커질 경우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어서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도 차태현 내기 골프 의혹을 다루면서 자사 보도가 적절했는지 비판이 나왔다. 안에서도 논쟁이 격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3월15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사진=KBS 제공
▲ 3월15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사진=KBS 제공
정세진 앵커는 “이번 버닝썬 사건과 관련된 보도에서 본질에서 좀 벗어난 보도 논란, KBS에서도 있었다”면서 차태현 내기 골프 의혹 보도를 지목했다.

이에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정준영 건과 버닝썬 사건도 사실은 정준영이 관련이 있지 버닝썬의 본질을 얘기하는 데에는 외려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이게(차태현 내기 골프) 정준영과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1박2일에 관련된 내용들이 나왔다? 또 다른 곁가지의 또 다른 분산”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내기 골프가 정말 문제가 된다면 저는 문제 되는 거리는 뭐냐면 로비 과정에서 업자들이 공무원이나 이런 사람들 앉혀 놓고 일부러 져주는 내기 골프 쳐서 일부러 상납하는 돈을 숨기는 방식의 비리 구조가 있다는 것, 그거 밝힐 생각이면 해도 된다. 그런데 지금 그 보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즉 분산만 시켰고 선제는 하지 못했고 결국은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실상 KBS 보도가 본질에서 벗어난 보도를 하면서 버닝썬 사건을 흐려놨다는 지적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로 출연한 김빛이라 기자는 “내부적으로 이 보도로 인해 KBS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자사 관련 문제라는 점이 보도 여부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판단했고, 타사에서 보도 나가는 것보다 자사에 대한 것을 솔직히 보도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보도국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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