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 됐다는 표현의 기사를 쓴 이유경 블룸버그통신 기자를 향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매국에 가깝다’며 실명비판한 브리핑 내용이 논란이다. 특히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언론자유를 존중하라며 논평을 내리라고 요청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평을 낸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기자가 논평의 대상에서 예외인가, 논평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기사를 쓴 기자 뿐 아니라 이를 인용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수준도 떨어지지만 ‘매국’이라는 격한 표현을 쓴 민주당도 부적절했고, 서울외신클럽이 이를 언론자유 문제로 만든것도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3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인용했다는 기사를 두고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으로 블룸버그 통신의 이유경 기자가 쓴 바로 그 악명 높은 기사”라며 “이 기자는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리포터로 채용된지 얼마되지 않아 그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자의 논평은 그렇다치자”라고 비판했다.

이후 4일 만인 지난 17일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성명을 내어 “민주당의 논평이 기자 개인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검열이자 언론자유를 위축시키게 하는 것(a form of censorship and journalistically chilling)”이라고 비판했다.

외신기자클럽은 “기사에 관한 문제나 항의는 기자 개인에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언론사로 제기해야 한다”며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해당기자 비난이 민주당 사이트에 남아있어 기자에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며 논평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민주당 성명에 “기자를 겁박하고 언론검열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지는 못하지는 못할망정, 야당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좌파독재 공포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히틀러 때나 있을 검열이자 독재”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18일자 1면기사와 사설을 실어 “자신들 입맛에 안 맞는 기사를 쓰거나 대통령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한 기자에게 사이버 테러를 하더니 이제 외신까지 겁박해서 재갈을 채우려 한다”이라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해당 논평을 냈던 당사자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같은 비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기자 위협이란 지적에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다 실명으로 쓰지 않느냐. 어떤 독자든 관심만 있으면 해당기사의 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실명으로 썼다고 해서 위협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지난달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지난달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변인은 “기사 문장에도 ‘사실상의 대변인’이라는 대목이 명백히 나온다. 정부와 민주당이 한반도 문제를 북미대화를 통해 평화를 촉진하려고 한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찬양했다’고 하는가 하면, ‘트럼프와 갈라섰다’고 썼다. 이런 보도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왜 언론자유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기자는 비판받지 말아야 할 대상인가. 그렇지 않다”며 “기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를 언급했거나 인신 공격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논평을 내리라는 요구에 이 대변인은 “정당의 논평을 내리라는 요구도 정치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과 같다. 과연 그런 요구가 온당한 태도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언론계에서는 민주당 대변인 논평이나 외신기자클럽 성명 모두 적절해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18일 “이 사안은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 이유경 기자의 기사는 수준이 낮은 기사라고 본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쓸만한 기사였는지는 의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용한 것 역시 수준이 낮다. 그런 정도의 비판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매국’,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 등의 표현까지 쓰며 반발한 논평은 과연 맞느냐라는 의문도 든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외신기자클럽의 성명을 두고 “민주당이 이유경 기자에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언론자유 침해라고까지 할 일은 아니다. 언론탄압이라고 하려면 공권력을 가진 정권이 어떤 조치를 가했을 때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사 수준도 낮고, 인용한 원내대표도 제대로 인용했는지 의문이며, 민주당 과민반응했으며, 외신기자클럽 성명도 지나치다. 자신들이 쓸 수 있는 그 이상의 표현을 쓰면서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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