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조를 만든 방송제작 스태프들이 ‘더 많은 제작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요구하자’며 의지를 다졌다. 드라마제작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풍토를 확립하고 ‘16시간 이상’ 살인적 노동시간을 금지하자는 게 우선 과제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는 14일 서울 불광동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2019년 활동 계획을 밝혔다.

김두영 지부장은 “올해 조합원 1000명을 넘기자”며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방송제작 스태프는 1만5000명~2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가입율은 드라마제작 현장에서 가장 높고 기술·연출·미술·차량·영상 등 다양한 부서의 스태프가 속해 있다.

▲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는 14일 서울 불광동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왼쪽)과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사진=손가영 기자
▲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는 14일 서울 불광동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왼쪽)과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사진=손가영 기자

방송스태프 노조 활동은 쉽지 않다. 노조 가입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일감이 끊기는 등 불이익 우려가 있지만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터라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기 어렵다. 일감이 끊긴 지 오래인 김두영 지부장은 인테리어 업계에서 가끔 일용직으로 일한다. 공개 활동을 하는 조명분과장도 거듭 계약 거부를 당했고 한 감독급 조합원은 일감이 끊겨 다른 팀 조수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방송스태프 노조가 생긴 것 자체가 성과”라며 지난해를 평했다. 지난해 7월 노조 설립 후 나온 주장은 △12시간 일하고 12시간 휴식 보장 △근로계약서 작성 △10년간 정체된 드라마제작 현장 임금 개선 △제작현장 집결 기준 출·퇴근 시간 인정 등이다.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준수 주장이다.

영화 스태프들과 방송 스태프들은 서로의 노동환경 개선을 두고 연대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와 방송스태프지부는 이날 총회 직전 ‘방송드라마제작현장 스태프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협약’을 맺고 법정 근로시간 준수, 불법 하도급 계약 근절 등을 위해 “공동투쟁으로 강력히 대응한다”고 약속했다.

김 지부장은 올해 목표 중 ‘4자 협의회 주도적 역할’에 주목했다. 4자 협의회는 드라마 제작현장 환경 개선을 위한 지상파 3사, 언론노조, 방송스태프노조, 드라마제작사의 논의기구로 계획 단계에 있다. 지난해 지상파 3사와 언론노조가 맺은 산별협약에 따라 ‘드라마제작 환경 개선 협의체’가 가동 중인데 여기에 당사자인 스태프노조와 외주제작사가 추가된 셈이다. 방송 역사 상 첫 4자 논의 기구다.

▲ 전국영화산업노조와 방송스태프지부가 3얼14일 맺은 ‘방송드라마제작현장 스태프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협약’ 사진=손가영 기자
▲ 전국영화산업노조와 방송스태프지부가 3얼14일 맺은 ‘방송드라마제작현장 스태프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협약’ 사진=손가영 기자

지부 산하 드라마지회 목표는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풍토 확립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감독급 스태프만 제외한 대다수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근로계약서 작성 전제가 생긴 셈이다. 스태프들은 기존 턴키계약이나 용역계약에선 특수고용근로자로 븐류돼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또 드라마지회는 △1일 촬영시간 기준 확립 △안전사고 대응방안 확립 △작업중지권 확보 △감독급(팀장급) 노동자성 확보 등을 올해 목표로 밝혔다.

작가·독립PD 지회는 “프로그램 폐지 시 최소 한달 전엔 통보하자”고 요구했다. 2018년 폐지된 프로그램 KBS VJ특공대나 TV조선 세븐의 스태프들은 폐지 일주일 전에 폐지 통보를 들었다. 스태프 30~40명이 한꺼번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작가·독립PD 지회는 “방송사 사정으로 프로그램 결방 시 임금 80% 지급을 해야 한다”거나 “1년에 1회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편당 임금을 받는 방송작가는 스포츠행사 등이 겹쳐 편성이 연기되면 연기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한다. 한 달에 2번 이상 결방될 경우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한 달을 견뎌야 한다.

김두영 지부장은 “서로 힘을 합하면 못 넘을 산은 없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요구를 듣고 비조합원들과는 노조 필요성을 설득하며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려고 한다. 공동으로 투쟁할 수 있는 힘을 만들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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